[지방선거 D-1]절박한 鄭 - 집념의 朴

  • 입력 2006년 5월 30일 03시 05분


코멘트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게서 ‘당을 떠나라’는 공격을 받았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9일 경남 김해시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김해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김두관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에게서 ‘당을 떠나라’는 공격을 받았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29일 경남 김해시 부원동 새벽시장에서 김해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김해=최재호 기자
피습사건으로 열흘 동안 입원한 뒤 29일 병원에서 퇴원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가 지원 유세를 하면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대전=김경제 기자
피습사건으로 열흘 동안 입원한 뒤 29일 병원에서 퇴원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가 지원 유세를 하면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대전=김경제 기자
■절박한 鄭

金 “黨 왜 이지경 됐는지… 감 못잡는 사람있다”

5·31지방선거 이후 진로를 놓고 내부 갈등에 빠져 있는 열린우리당은 29일 외견상으로는 평온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자중지란’은 피하자는 경계심리 탓이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계파별, 지역별로 선거 이후의 정국에 대한 수(手)읽기가 달라 ‘폭풍 전야의 고요한 분위기’라는 얘기도 나왔다.

▽경남 간 정동영, 김두관과 조우 안 해=정동영 의장은 이날 오전 경남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전날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린 경남지사 후보인 김두관 최고위원과는 마주치지 않았다.

정 의장은 김해와 밀양 2곳에서 유세를 했으나 연설 도중 단 한번도 김 최고위원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간 지방 유세 때마다 그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하던 것과는 달랐다.

정 의장은 김해 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해가 배출한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이 가장 당선되길 바라는 분은 이봉수 김해시장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김 최고위원 얘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보통 당 지도부가 현지 지원 유세를 오면 후보들이 함께 움직이는 관례와 달리 김 최고위원은 정 의장의 유세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의령, 창녕, 진해, 창원 등을 돌며 따로 움직였다. 양측은 “사전에 유세 일정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기자들이 김 최고위원의 전날 발언에 대한 심경을 묻자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선거 기간에는 선거에 관련된 말만 하자”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 의장은 잔뜩 지친 기색으로 “허리가 너무 아파 시민들에게 인사를 할 때 머리를 깊이 숙이질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복잡한 당내 기류=김 최고위원은 진해 거리유세 도중 본보 기자와 따로 만나 “왜 열린우리당이 이 지경이 됐는지, 일부 의원은 아직도 감(感)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정 의장을 공격한 것이 당내에서 ‘선거 막판에 총을 왜 거꾸로 쏘느냐’는 비판에 직면한 것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김 최고위원은 “나의 요구사항은 충분히 밝혔고 정 의장 쪽에서 아무 의사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 진전된 입장을 표명할 단계는 아니다”며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정병문 양산시장 후보가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열린우리당의 개혁정신이 결코 후퇴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지지 성명을 내는 등 여진은 가라앉지 않았다.

반면 당내의 호남 출신이나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일제히 김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과 ‘코드’를 같이하는 친노-영남 그룹과는 “더는 당을 함께하기 어렵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광주가 지역구인 염동연 사무총장은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적전분열, 자중지란”이라고 비판한 뒤 “정통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의원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도가 지나쳤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 내에서도 부산 출신인 조경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의 태도는 전형적인 기회주의이자 해당 행위다. 영남 전체의 목소리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진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집념의 朴

얼굴에 테이프 붙인채 “당선시켜달라” 호소

피습사건으로 열흘 동안 입원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퇴원하자마자 대전으로 갔다. 열린우리당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를 상대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의 대전행을 일부 참모가 ‘정치적 역풍’을 우려해 만류했으나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집념의 유세 강행=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밟은 박 대표는 피습 당시의 옷차림을 한 채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죽으로 점심을 때운 그는 오후 2시 20분쯤 박 후보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후 3시경 박 후보와 함께 대전 중구 은행동의 ‘으능정이 문화거리’로 갔다.

이곳에서 박 대표는 “여러분의 염려와 걱정 덕분에 이렇게 퇴원해 다시 뵙게 됐다. 큰 소리로 인사드리고 호소도 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여러분의 선택을 기대하겠다”고 1분 40초가량 짤막한 연설을 했다.

유세 현장에는 박 대표를 보기 위해 몰려든 6000여 명의 시민이 박수와 환호를 연발했고, 일부 지지자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상처 부위에 의료용 테이프를 두껍게 붙이고 엷게 화장을 한 모습의 박 대표는 상처 부위가 아픈 듯 말을 할 때도 입을 크게 벌리지 못했고, 목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그는 퇴원하면서 병원 앞에 몰려든 700여 명의 지지자에게 “제가 무사히 병원을 나서게 된 것은 아직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삶은 덤이라 생각하고 부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 얼굴의 상처보다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았을지 걱정이다. 이제 저의 피와 상처로 우리나라의 모든 상처와 갈등이 봉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전행은 비정치적 행동”=박 대표는 이날 오전 유정복 비서실장을 병실로 불러 “대전과 제주를 가겠다. 투표도 하겠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전격 결정이었다. 유 실장이 말렸지만 박 대표는 “당 대표이자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니냐”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 측근 의원은 “정치적으로 계산하면 대전에 안 가는 게 맞다. 이미 압승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한자리까지 챙기려 한다는 역풍을 살 수 있다고 주변에서 뜯어말렸다. 그런데도 막무가내이니, 한마디로 무식하다고 할 만큼 비정치적인 행동”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박 대표가 대전에 집착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염홍철 시장의 요청을 반영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의 국회 통과에 찬성했지만 막상 법이 통과된 지 5일 만에 염 시장이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간 데 대해 강한 배신감을 지니고 있다는 것.

박 대표는 피습사건 전 대전 유세에서 “내가 원래 실명을 거론해서 남을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나 염 시장에 대해서는 말해야겠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 내에는 충청권의 중심 도시인 대전이 대선 전략 차원에서도 놓칠 수 없는 전략지역이라는 기류도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경계=열린우리당은 박 대표의 퇴원으로 피습사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다소 완화된 점은 반기면서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박 대표가 완쾌돼 퇴원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대전에 대한 집착은 염 후보에 대한 개인적 원한 때문이라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늦게 상경했다가 30일 제주도로 가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를 한 뒤 31일에는 주소지인 대구에 가 투표를 할 계획이다.

대전=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