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승구 수사본부장 교체-대검 이관” 요구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나라당과 이승구(사진) 서울 서부지검장의 ‘악연(惡緣)’이 재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2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승구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의 경력을 문제 삼으며 수사 주체를 대검찰청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 지검장이 이른바 ‘세풍(稅風)’과 ‘병풍(兵風)’ 사건을 편파 수사해 한나라당에 치명타를 안겨 준 인물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이 지검장은 1998년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세풍’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이 사건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이 대우 등 23개 대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 원을 불법으로 모금해 이 가운데 상당액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 씨가 1999년 1월 처음 재판을 받을 때 이 씨 변호인이었던 김영선 의원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김 의원이 “정권 밑에서 일하더라도 정도를 지키라”고 말하자 이 지검장은 “저런 변호인과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김 의원의 퇴장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000년 2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지검장은 병역비리 군검 합동수사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이 전 총재 아들 등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비리 의혹인 ‘1차 병풍’ 사건을 수사했다. 이에 대해 이 지검장은 맡겨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인데 편파 수사라고 해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22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한나라당 측의 합수부 이관 요구를 거부한 뒤 “한나라당의 우려를 각별히 유념해 더욱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이 지검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