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승구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의 경력을 문제 삼으며 수사 주체를 대검찰청으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 지검장이 이른바 ‘세풍(稅風)’과 ‘병풍(兵風)’ 사건을 편파 수사해 한나라당에 치명타를 안겨 준 인물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이 지검장은 1998년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세풍’ 사건 수사를 이끌었다. 이 사건은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등이 대우 등 23개 대기업으로부터 166억3000만 원을 불법으로 모금해 이 가운데 상당액을 한나라당에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 지검장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 씨가 1999년 1월 처음 재판을 받을 때 이 씨 변호인이었던 김영선 의원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김 의원이 “정권 밑에서 일하더라도 정도를 지키라”고 말하자 이 지검장은 “저런 변호인과 재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김 의원의 퇴장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2000년 2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지검장은 병역비리 군검 합동수사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이 전 총재 아들 등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비리 의혹인 ‘1차 병풍’ 사건을 수사했다. 이에 대해 이 지검장은 맡겨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인데 편파 수사라고 해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22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한나라당 측의 합수부 이관 요구를 거부한 뒤 “한나라당의 우려를 각별히 유념해 더욱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이 지검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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