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통일 “민족공조 이뤄지고 있다는건 환상”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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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18일 “지금 남북한 간에 민족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고 “남북 간에 군대 180만 명이 대치하고 있고 화해협력을 하자고 하지만 말할 때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어디 민족공조가 있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족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환상이며 착시현상만 불러일으킨다. 이념형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이 아니다”며 “따라서 앞으로 달성해야 할 당위의 문제인 민족공조가 현실인 한미공조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조건 없는 대북 제도적 물질적 지원’ 발언이 나온 뒤 정부가 ‘한미공조보다 민족공조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반론으로 읽힌다.

이 장관은 “앞으로 민족공조와 한미공조가 균형을 잡아야 하고, 어떤 정부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서 민족공조와 한미공조를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시기가 오기를 정말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가 북측의) ‘우리 민족끼리’라는 용어를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 안 되고 있으니 앞으로 정말 그렇게 하자는 의미”라며 “북측 사람들을 만나면 ‘우리 정말로 민족공조하자’고 얘기한다”고 밝혔다.

실제 민족공조를 이뤄 북핵 문제나 군사대치 상태 등을 해결하자고 북측을 설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 장관은 제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해상불가침경계선을 협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한 단계 입장을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재설정 협의를 위한) 문을 열어 놨다”며 “이 문제를 포함해 남북기본합의서의 8개 군사 분야를 다 협의하게 된다면 남북관계의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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