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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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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은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발언을 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매관매직 게이트, 공천 장사 등이 전국적으로 자행됐고 당선자 모두가 부패한 선거 과정을 통한 부패한 당선자일 가능성이 커졌다”며 “선거가 끝난 이후 당선자 전원에 대해 특검을 실시해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 측은 “전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지방선거 관련 공천비리가 90건을 넘고 있으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비리가 더욱 많이 생길 것”이라며 “공명정대하지 않은 방식으로 당선된 인사들을 단죄해 선거혁명을 이루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14일 “지방선거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공갈행위이자 검경에 대한 압박”이라며 “여당 의장이 ‘선거 후 두고 보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군사정권에서도 하지 않은 경악할 말”이라고 했다.
같은 당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도 “후진국에서 관권선거를 이유로 야당이 선거를 보이콧한다는 말은 들어 봤지만 여당이 당선자 청소 운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그런 식이면 왜 선거를 통한 지방권력 심판을 주장했느냐”고 비난했다.
정 의장은 당초 이번 지방선거를 ‘한나라당이 80%를 점하고 있는 지방권력 심판의 장’으로 규정했다. 그러다 선거 상황이 갈수록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뒤늦게 ‘당선자 청소론’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조차 “당선자 청소론은 지방권력 심판론이 먹히지 않고 선거 상황이 불리해지자 딴죽을 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이 당선자 청소론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비한 ‘구실 찾기’가 아니냐는 것. 선거 후 특검 드라이브를 통해 야당과의 전선을 명확히 하고 정국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장기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거 후 당선자 전원에 대한 ‘청소’를 주장하는 것은 법적, 논리적으로 타당치 않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부정 불법선거가 문제라면 검찰과 경찰, 선거관리위원회로 하여금 철저히 단속해 처벌하도록 하는 게 순서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금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공천비리 등 부정선거 엄단을 지시한 것과 맞물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총력을 투입하다시피 하며 단속활동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부정선거 신고자에 대해 최고 5억 원의 포상금까지 내걸었다.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현재도 충분히 가동되고 있고, 선거 비리가 드러난 후보자는 설혹 당선되더라도 당연히 법 절차에 따라 심판을 받게 돼 있다는 점에서 정 의장의 발언은 기본적인 민주주의 제도조차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당선자 전원 청소론은 또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될 사람 모두를 잠재적 범죄인으로 취급하는 반인권적 발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가 수사토록 한다는 특검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 설혹 공천 및 선거 비리가 권력형 비리에 속한다고 해도 특정한 비리 혐의가 있어야 그 특정 사안에 대해 특검을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국회가 합의해 추진하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지금까지의 특검 도입 사례로 볼 때 특검 대상이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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