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순 감사 “KBS ‘편파보도’ 문제”…2004년 탄핵방송 비판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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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순(姜東淳·사진) KBS 감사가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KBS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개선안을 제시했다.

강 감사는 맨 먼저 편파 보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2004년 3월 12일 KBS 9시 뉴스에서 19건의 편파성 기사가 나갔다”며 “12일엔 1TV가 14시간 반, 2TV가 3시간 50분 동안 탄핵 반대 위주의 방송을 일방적으로 편성했다”고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또 “KBS는 탄핵안 가결 이후 15일간 중계차를 동원해 전국 각 지역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생중계로 내보냈다”며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KBS 자체 여론조사로 ‘(탄핵 소추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39.6%로 올라 한나라당과 격차가 두 배로 벌어졌다’는 내용을 방송한 것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 감사의 회견은 3기 방송위원 선임을 앞두고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 몫으로 강 감사가 물망에 오르자 KBS PD협회 등 내부 직능단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PD연합회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강 감사의 선임을 공개 반대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KBS PD협회 등 5개 직능단체는 21일 성명을 내고 “강 감사는 KBS 조직을 비난하고 KBS 탄핵방송이 ‘광기’였다고 욕보였던 사람”이라며 “한나라당 사람인지 KBS 사람인지 모를 정도의 인사가 방송위원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또 KBS 내부감사 자료가 외부에 유출된 것도 강 감사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 감사는 “KBS가 2002년 김대업 병풍사건과 2004년 대통령 탄핵 소추 사건을 편파적으로 다룬 것을 내가 강연을 통해 비판한 데 대해 언론노조 등이 나를 비방하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의 공정성 객관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 일부 단체가 야당을 편드는 반개혁 행위로 몰아붙여 매도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언론노조 등의 성명은) 최근 KBS 노동조합의 여론조사 결과 직원의 82.2%가 정연주(鄭淵珠) 사장 연임에 반대하자 이를 반전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감사는 또 “감사 결과는 이사회와 임원진 등에 모두 보고 되는데 근거 없이 나를 유출 주범으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유출 자체보다 공개된 자료의 사실 여부가 더 중요한데 소위 진보적 단체들이 내부 고발만을 범죄시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반박했다.

강 감사는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7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방송 제작 시스템을 이해하는 경영 △준조세인 수신료에 의존하는 KBS의 성격에 걸맞은 공영방송으로서의 방향 설정 △정 사장 취임 이후 시행된 팀제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직제 개편 △경영 쇄신, 공익성 강화, 공정성 확보 △뉴미디어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 △정치적 독립을 위한 경영위원회 설치 △KBS 내부의 의식 변화를 들었다.

특히 강 감사는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대정신과 개혁의 이름으로 균형 잃은 방송을 내보냈다”며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KBS 문제 해결의 관건인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감사는 1973년 공채 1기로 입사해 교양 PD로 활동했으며 TV2국 주간(국장), 춘천방송총국장, 시청자센터장 등을 지냈다. 2003년 감사가 됐으며 7월 22일 임기가 만료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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