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첫 참가 美 핵항모 링컨함 르포

  • 입력 2006년 4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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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항공모함 방문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부산 동남쪽 120마일(약 216km) 공해상. 취재진을 태운 미국 해군의 C-2A 수송기가 1시간 20분을 날아 핵추진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25∼31일 실시된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에 핵심 전력으로 참가한 링컨함은 이날 훈련 장면을 국내 언론에 공개했다. 매년 열리는 RSOI 연습에 재래식 항모가 아닌 핵 항모가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링컨함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거대한 활주로’였다. 길이 332.5m, 폭 76.8m의 갑판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전투기들의 엔진 굉음과 후폭풍, 기름 냄새로 방문객들의 혼을 빼놓았다. 수백 명의 지상요원과 수십 대의 전투기가 보여 주는 이착륙 훈련은 한 편의 종합예술이었다.

출발선에 정렬한 최신예 FA-18 슈퍼호닛 전투기들은 지상요원들의 수신호에 맞춰 엔진 화염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100여 m의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했다. 수십 t의 전투기가 이처럼 짧은 거리에서 이륙이 가능한 것은 활주로 바닥에 기체를 새총처럼 튕겨 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또 시속 300km 이상으로 항모에 접근한 전투기들이 활주로에 내리자마자 단번에 정지하는 착륙 장면도 장관이었다. 링컨함 관계자는 “착륙할 때 기체 뒤편의 쇠갈고리가 활주로 바닥에 설치된 강철 로프에 걸리기 때문”이라며 “전투기 대당 이륙 시간은 30초, 착륙은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좁은 통로와 가파른 철제 계단을 통과해 7층 높이의 선체 꼭대기에 있는 조종실로 들어서자 10여 명의 요원이 첨단 전자장비와 각종 계기판을 주시하며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또 선체 내부 곳곳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사진과 그가 게티즈버그에서 한 명연설의 한 구절인 ‘shall not perish(이 정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5600여 명의 승무원이 생활하는 링컨함은 ‘작은 도시’였다. 갑판 위 함교에는 하루 5번의 식사가 제공되는 대형 식당과 세탁소, 체육시설, 영화관은 물론 3개의 수술실을 갖춘 병원이 있다. 링컨함은 최신예 전투기를 비롯해 총 85대의 항공기를 탑재한 데다 산하 전단으로 핵 잠수함과 이지스급 순양함, 구축함, 보급함까지 거느려 웬만한 국가의 전체 군사력과 맞먹는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1989년 취역한 링컨함은 2003년 이라크전쟁에 참가했다. 같은 해 5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 항모에 전투기를 타고 내린 뒤 이라크 종전을 선언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부산 동남해 공해상=공동취재단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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