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서강학파 압축성장 신화 끝”…서강학파 “유치한 주장”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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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학파는 압축성장이라는 시대적 역할을 마치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 내 특별기획팀)

“현 정부가 양극화를 비판하면서도 소득 편차를 강조하며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서강대 김병주·金秉柱 명예교수)

최근 청와대가 한국의 압축성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던 이른바 ‘서강학파’의 종언(終焉)을 주장한 데 대해 서강학파로 꼽히는 인사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본보 22일자 A5면 참조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基調)에는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와 대립해 온 ‘학현(學峴)학파’의 ‘세상 읽기’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있다.

○ “청와대 주장은 논평할 가치도 없다”

청와대가 21일 ‘압축성장, 그 신화는 끝났다’라는 제목으로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핵심은 “불균형 성장전략에 입각한 과거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은 압축성장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낳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양극화 심화의 역사적 뿌리가 됐다”는 내용으로 압축된다.

청와대는 또 “외환위기로 압축성장은 지속 불가능한 성장모델이었음이 입증됐다”면서 “그것은 서강학파의 종언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논평할 가치도 없는 유치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서강학파의 리더 격인 남덕우(南悳祐) 전 국무총리는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선진화포럼 제5차 월례토론회에 참석했다가 기자들이 청와대 글에 대한 의견을 묻자 “뭐 그 대학생 수준의 글을 굳이…”라고 일축했다.

김병주 명예교수는 “과거 성장을 했으니 지금 분배 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성장을 해서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감을 모르는 사람은 그때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성일(南盛日) 서강대 교수는 “한국처럼 작은 국가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서강학파 이론의 핵심”이라며 “이런 이론은 지금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대학 김광두(金廣斗) 서강대 교수도 “경제적 논리가 없는 글이어서 논평할 가치도 없다”면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최근 2, 3년간 크게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극화를 심화시킨 책임은 오히려 현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선택과 집중의 성장전략’은 계속 유지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양극화 문제는 성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시스템을 제대로 갖춤으로써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 “청와대는 과거 경제정책을 비판하기에 앞서 성장잠재력 후퇴라는 현실적 문제부터 고민하라”고 충고했다.

○ 서강학파 vs 학현학파

서강학파는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전략을 주도했던 고위 경제관료 및 이와 맥을 잇는 경제학자를 일컫는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와 이승윤(李承潤) 김만제(金滿堤) 전 경제부총리, 서강대 김병주 명예교수와 김광두 남성일 김경환(金京煥) 교수 등이 ‘범 서강학파’로 꼽힌다.

남 전 총리는 “경제는 수레와 같아서 구르지 않으면 쓰러진다. 성장을 경시할 경우 한국경제 자체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서강학파 멤버들은 대체로 “관(官)주도 성장정책이 통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민간주도 자율경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편 1980년 이후 변형윤 교수를 중심으로 모인 학현학파는 상대적으로 분배를 중시하고 박정희(朴正熙) 정부 이후의 압축성장정책에 거부감이 크다. 학현은 변형윤(邊衡尹)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호.

학현학파 계열의 학자들은 오랫동안 ‘비주류’로 있다가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부터 힘을 얻기 시작했고 현 정부 출범 후 영향력이 더 강해졌다는 평을 듣는다. 성균관대 교수 출신인 김태동(金泰東)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서울시립대교수 출신인 강철규(姜哲圭) 현 공정거래위원장, 경북대교수 출신의 이정우(李廷雨) 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 등이 학현학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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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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