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카드 뒷얘기]홍석현 ‘꿈’ 접은뒤 작년10월 낙점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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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최종 결정한 것은 지난해 10월 초순이었다.

그 직전 제4차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데 반 장관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을 상대로 ‘조용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외교’를 펼친 직후였다.

또 그즈음 일부 국가들이 암묵적으로 ‘아시아 몫으로 여겨지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이 후보를 내야하며, 국제적인 신망이 두터운 반 장관이 적임자’라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초 정부는 홍석현(洪錫炫) 전 주미대사를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사는 지난해 2월 주미대사 부임 시 “내 꿈은 유엔 사무총장”이라며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유엔 관련 경력은 물론 외교관 경력도 없는 홍 전 대사가 ‘유엔 사무총장’ 얘기를 할 때마다 외교부 내에선 “못 오를 나무를 쳐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게 사실. 워싱턴에서 홍 전 대사를 만났던 외교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홍 대사가 ‘유엔 내에서는 내가 유력하다는 여론이 조성됐다’고 말하는 바람에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전 대사는 중앙일보 사장으로 있던 1997년 대선 당시 대선자금 관련 발언이 담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녹음테이프가 지난해 7월 공개되면서 예비후보군에서 탈락했다.

2001∼2002년 한국인 최초로 유엔 총회 의장을 지냈던 한승수(韓昇洙)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유엔 사무총장 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내 조정 과정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나 결국 지난해 말 여기서도 고배를 마셨다.

최종적인 기회는 끝까지 참고 기다린 반 장관에게 돌아왔다. 정부는 지난해 9월경 관련 부처 간 협의 및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의 상의를 거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반 장관을 적임자로 잠정 결정한 뒤 노무현 대통령의 최종 결심을 얻었다. 정부 부처 간 공식 논의 과정에서는 반 장관이 단독 후보로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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