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개혁” 총장후보들 ‘다보스 수능’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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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다보스 포럼에선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한자리에 모은 토론장이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이날 ‘유엔 개혁을 위한 새로운 사고의 틀’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 라트비아 대통령,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 담당 사무차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반 장관은 외신에서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나머지 두 사람은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다. ‘흥행’을 노린 포럼 측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

토론 기조연설을 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패널들 가운데 내 자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들은 유엔 개혁 방향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반 장관은 “아난 총장이 제시한 개혁 방향에 공감하며 회원국들이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유엔에 더욱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또 “유엔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선 민간 기업의 모범 사례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은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지난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가 성과 없이 끝났다는 사실을 지적한 뒤 “대량살상무기를 규제하는 데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한 유엔은 마비 상태”라며 시급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케프레이베르가 대통령은 “유엔 창설 이후 60년이 지났고 회원국이 191개국이나 되는데도 5개 상임이사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한 방청객이 “내년 1월 자신이 사무총장 자리에 있다면 우선적으로 할 일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패널들은 미리 준비한 듯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반 장관은 사회자에게서 첫 번째로 대답을 요구받자 “알파벳 순서에 따라 먼저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반 장관은 “유엔이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이어 결정해 놓고 이행하지 않는 것이 많다는 점을 지적한 뒤 유엔은 직업적, 윤리적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나팔라 전 사무차장은 “냉전이 끝나면서 동서 장벽은 사라지고 이제는 남북 문제가 남았다”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협력을 넓히는 방향으로 유엔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케프레이베르가 대통령은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예로 들며 “지진해일(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에 빠르게 대처한 것처럼 국제사회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더욱 빠르고 폭넓게 개입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보스=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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