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중국 방문을 지켜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행보 때문이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조만간 평양발 대형뉴스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남순(南巡)과 천지개벽=2001년 1월 상하이(上海)를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은 '천지개벽'이라고 놀라워했다. 이번 방중은 그 때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경제학습 수준을 넘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를 장시간 둘러봤다.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이번 '남순 행보'는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한 후 주석의 권유와 무관치 않다"며 "당시 후 주석은 북측이 개혁개방에 나설 경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후 주석과 김 위원장의 베이징 회동에서는 그 후속대책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남북경협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의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특구 성공 경험은 남한 자본으로 건설된 개성공단의 조기개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개에 싸인 김 위원장의 행적=김 위원장의 남부 방문 모습이 일부 포착되기는 했지만 전체 일정은 철저히 안개 속이었다.
홍콩 다궁(大公)보의 한 기자는 17일 "베이징에 16일 큰 안개가 끼었고 김 위원장의 행적은 신비하고 찾기 어려워 기자들의 심정도 날씨처럼 엉망"이라며 "기자들이 복권을 사는 심정으로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되는 곳들을 모두 뛰어다닌다"고 호소했다.
기자들 뿐 만이 아니다. 쿵취안(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큰 실수를 했다. 쿵 대변인은 "오늘 후 주석과 외국 지도자간에 회담이 있느냐"는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회담 일정이 있다. 그리스 총리가 중국을 방문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쿵 대변인은 잠시 후 "정정할 것이 있다. 그리스 총리는 내일 온다"고 말해 후 주석이 이날 만나는 외국지도자가 김 위원장임을 사실상 시인해 버렸다.
김 위원장의 '얼굴 없는 방중' 일정 중 특히 11일 행적은 석연치 않아 많은 추측 보도를 낳았다. 10일 새벽 단둥(丹東)을 통과한 뒤 이날 동선이 파악되지 않은 채 13일 광저우(廣州)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김 위원장의 과거 상처가 재발해 베이징 외곽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