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정부 “3자 관여 곤란” 訪中알고도 모른체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10일 오후까지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 “확인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다수 정부 관계자는 비공식 견해임을 전제로 “분위기로 볼 때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흘렸다. 한 당국자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정부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말해 김 위원장의 방문을 사실상 시인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구체적인 동선을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 간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날 오후 “중국 현지 인맥을 통해 들은 것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10일 오전 6시경 북한과 중국의 국경도시인 단둥을 통과했고 오전 9시를 전후로 선양을 지났다.

이에 앞서 군 정보 관계자는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 정보당국은 미군이 최첨단 군사장비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받으면서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하면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당사자인 중국과 북한이 공식 발표하지 않은 시점에 제3자인 한국 정부가 나서서 확인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이기 때문이다.

2004년 4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도 정부 반응은 비슷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19일부터 2박 3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19일에도 “아는 바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중국 당국이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출발한 지 2시간이 지난 21일 오후 3시에야 양국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 우리 정부도 이를 확인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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