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갚기… 돌려막기… 측근 인사 챙기기… ‘盧心개각’ 파문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일 단행한 과학기술부 등 4개 부처 장관에 대한 개각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간에 갈등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비상집행위원 및 3선 이상 중진 의원 24명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청와대가 정세균(丁世均) 당의장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정해 발표한 데 대하여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참석 의원들은 “당이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장을 징발하듯이 입각 발표를 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데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회동에서 일부 의원들은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 방침도 지적해 “청와대가 우리를 뭘로 보느냐”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위기가 격앙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날 회동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3일 재론하기로 했다. 당 소속 재선 의원들도 3일 긴급 회동을 갖고 정 의장과 유 의원의 입각 문제를 논의하기로 해 당-청 간 갈등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은 이날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에 김우식(金雨植) 전 대통령비서실장, 통일부 장관에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산자부 장관에 정 의장, 노동부 장관에 이상수(李相洙)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내정 발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일제히 국정능력과 관계없이 측근과 여당 정치인을 포진시킨 대표적인 ‘친위(親衛) 보은(報恩)’ 인사라고 비판하고 나서 새로 도입된 국회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복지부 장관에는 유 의원을 기용할 방침이나 당내의 반발 기류를 고려해 일단 이날 개각 명단 발표에선 제외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 이어 2월 18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 이후 지방선거에 출마할 장관을 대거 교체하는 후속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후속 개각 대상엔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환경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개각으로 물러나는 이희범(李熙範) 산자부 장관은 2차 개각 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다시 기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된 장관 내정자들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 달 말경 공식 임명된다. 이때까지 전임 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통일부와 복지부는 차관이 업무를 대행하며 과기부와 산자부는 현직 장관이 업무를 수행한다.

한편 지난해 12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던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유임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