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후원금 어디서 나오나]1인당 모금액 건교-재경위 順

  • 입력 2005년 11월 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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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기부금 모금은 어느 상임위원회에 소속하느냐에 따라 액수에 적지 않은 차이가 났다. 여당 의원에게 기부금이 집중되는 ‘여부야빈(與富野貧)’ 현상도 여전했다.

▽건교위, 교육위의 2배 모아=1인당 평균 모금액 1위는 건설교통위원회. 건교위 소속 의원 26명은 모두 21억3725만 원을 모아 전체 기부금의 13%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모금액은 8381만 원.

평균 모금액 순위는 건교위에 이어 재정경제위가 6549만 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국방위가 6480만 원으로 3위였다. 국방위가 상위권에 든 것은 다소 의외였다.

법사위는 소속 의원의 모금액 총액에서, 교육위는 1인당 평균 모금액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 15명은 모두 5억9943만 원을 받아 1인당 평균 모금액은 3996만 원이었다.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모두 6억8328만 원을 모아 1인당 평균 모금액은 3796만 원에 그쳤다. 이는 건교위 의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의 절반도 안 되는 액수.

▽위원장 프리미엄 확인=상임위원장은 평의원에 비해 기부금을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건교위, 재경위 등 14개 국회 상임위 위원장은 지난해 7억7697만 원, 올해 2억5599만 원을 모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모금액은 지난해 5550만 원, 올해 1829만 원 이었다. 상임위 위원 1인당 평균 모금액은 지난해 4257만 원, 올해 1297만 원이었다.

위원장이 평균적으로 위원들에 비해 지난해는 30%, 올해는 41% 더 많이 모금한 셈. 열린우리당 소속 상임위원장의 올해 평균 모금액은 2957만 원으로 간사(1878만 원)나 위원(1537만 원)에 비해 훨씬 많았다.

상임위 간사는 올해는 위원보다 더 많이 모금했으나 지난해 모금액은 3782만 원으로 위원(4257만 원)보다 적어 간사 직책이 모금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고액 기부 여당이 야당의 2배=열린우리당은 전체 정치자금 모금액의 55.3%인 227억여 원을 모금했다. 한나라당은 181억 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건당 30만 원, 연간 120만 원 이상의 고액 기부금 명세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각 정당의 고액 기부 모금액은 총 6624건, 167억여 원으로 전체 모금액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61.6%인 103억여 원, 한나라당이 32.8%인 54억여 원, 민주당이 2.6%인 4억여 원을 모금했다.

●정당-경력별 분석

재선(再選) 의원과 각 정당 사무총장이 다른 국회의원에 비해 많은 정치자금을 모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열린우리당은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의 올해 고액 기부 모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준 반면 한나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지역의 모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선 의원 고액 기부 이례적으로 많아=중진 의원일수록 모금액이 많을 것이라는 통설을 깨고 재선 의원의 모금액이 1인당 평균 6863만 원으로 3선 의원(6852만 원)이나 5선 의원(6730만 원)보다 많았다. 4선 의원은 4925만 원으로 가장 적었다. 의원 295명 가운데 184명으로 가장 많은 초선 의원의 평균 모금액은 4984만 원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대 임성학(林成學·41·정치학) 교수는 “한국과 같이 초선 의원의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구시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낮고 경쟁력을 인정받은 재선 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직별 고액 모금액 비율은 지난해에는 대변인이 35.0%로 가장 높았으나 올해는 사무총장이 51.6%로 1위로 올라섰다. 올해 대변인은 35.4%로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 등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서울 거주 기업인 열린우리당 기부 많아=올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고액 기부를 한 사람들을 지역별로 분류해 본 결과 54.6%가 서울 거주자였다. 지난해에는 47.8%. 비례대표를 제외한 여당 의원 가운데 서울이 지역구인 의원이 26.4%(32명)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서울 거주자는 지난해 여당 의원에게 37억9070만 원, 올해는 13억852만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지난해 기부 총액 가운데 63%, 올해 69.4%를 여당에 줬다. 반면 이들은 한나라당 의원에게 지난해에는 18억7583만 원(31.2%), 올해는 4억976만 원(21.7%)을 기부했다.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 서울이 지역구인 의원은 15.7%(16명)다.

지지 기반으로 보면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호남지역에서 전체 기부금의 11.6%를 모금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 비율이 8.9%로 뚝 떨어졌다. 이는 이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 지난해 33.5%, 올해 50.9%를 모금해 전통적 지지기반의 ‘자금줄’이 더 튼튼해졌다고 볼 수 있다.

▽민노당은 가정주부가 ‘돈줄’=직업별 고액 정치자금 기부 건수는 기업체 대표 등 기업인이 2382건(34.9%)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원이 1151건(17.8%), 자영업 863건(13.5%)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인은 열린우리당에 36억여 원, 한나라당에 17억여 원, 민주당에 2억7000만 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기업인으로부터 단 1건도 받지 않았다.

민주당은 기업인의 기부금 비율이 60%대여서 기업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민주노동당은 모금액의 47.2%를 가정주부에게서 받아 눈길을 끌었다.


●편법기부 천태만상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모(58)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이른바 ‘큰손’ 가운데 기부금액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을 포함해 의원 11명에게 모두 3600만 원을 후원했지만 단 한 번도 기부자 명부에 자신의 직업을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그는 ‘회사 대표’ ‘기업인’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자신의 소속과 직위를 숨겼다.

▽엉터리 신상 정보=이처럼 상당수 기부자의 신상 정보가 엉터리로 기재돼 있다. 직업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아예 없거나 직업이 애매하게 기록된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본보가 기부금 6624건의 기부자 신상정보를 분석한 결과 1006건(15.2%)은 기부자의 직업이 적혀 있지 않았다. 682건(10.3%)은 주민등록번호가, 485건(7.3%)은 연락처가, 252건(3.8%)은 주소가 없었다.

또 직업란에 ‘사업’ ‘자영업’ ‘기업인’ ‘경영인’ 등 포괄적으로 기재된 것이 2000건(30.2%)에 이르렀다. ▽성별 바꾸기=주민등록번호의 한두 숫자를 바꿔 생년월일이나 성별을 가짜로 기록하는 ‘꼼수’를 쓰는 기부자도 적지 않았다.

레미콘 업체를 운영하는 유모(73) 씨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B 의원에게 300만 원의 후원금을 건네며 주민등록번호의 성별숫자를 바꿔(1→2) 마치 여성인 것처럼 기재했다.

1946년생인 한모(항공사 간부) 씨는 출생연도를 1945년으로, 대형건설업체 상무인 장모(47) 씨는 출생일을 ‘3일’과 ‘8일’로 달리 적기도 했다.

▽부인 통한 편법기부 여전=6624건 가운데 기부자가 주부인 경우는 모두 124건이었다. 이들 가운데 그룹 총수 등 유명인의 부인이 적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 한 간부의 부인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B 의원에게 3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간부는 부인과 별도로 같은 당 법제사법위 C 의원에게 300만 원을 건넸다.

D그룹 박모 회장은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D 의원에게 500만 원을 후원했는데 박 회장의 부인도 D 의원에게 200만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 이는 ‘한 사람이 한 의원에게 연간 5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규정을 피하기 위한 전형적인 편법기부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사회부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디지털뉴스팀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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