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柳시민 의원 ‘과거 행적’이 떠오르는 이유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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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유시민 의원은 “동아, 조선일보는 독극물”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중앙일보에 대해서도 ‘불량식품’이라고 공격했다. 다수의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대로라면 발행부수 600만 부를 오르내리는 세 신문의 애독자들은 매일 독극물을 마시고 불량식품을 먹고 있는 셈이다.

권력 맛에 취한 젊은 의원의 독선(獨善)과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그는 한때 신문 칼럼을 써서 이름을 널리 알린 적이 있다. 그는 “요즘 칼럼 쓰는 ×들 보면 한심해 죽겠어. 내가 국회의원만 아니라면 하나하나 다 깰 텐데…”라고도 했다. ‘혼자 잘났고 나만 옳다’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태도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했다.

그는 본보에 1년 3개월간 칼럼을 쓰다가 TV 시사토론 진행을 맡게 되자 2000년 6월 집필을 중단했다. 그리고 2002년 1월 방송 진행을 그만두게 되자 다시 본보에 칼럼이나 기획연재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본보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고 석 달 뒤 그는 한 잡지에 ‘나의 동아일보 절독기(絶讀記)’를 발표했다. 그는 ‘칼럼을 실어주지 않는다고 열 받아서 동아일보를 욕한다는 오해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했지만 본보가 칼럼 집필을 수용했어도 절독기를 썼겠는지 스스로 되물어 볼 일이다.

그는 당시 “시사평론가로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동아일보다” “감옥에 갔을 때 누구도 귀를 열지 않은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내 말(항소이유서)을 들어 주고 지면에 옮겨 주었다”고 밝혔다. 그런 그가 ‘동아일보는 독극물’이라고 극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리민복(國利民福)의 방도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넘어 한 인간의 인격과 품성(品性)을 생각하게 된다. 같은 당 동료 의원까지 그를 두고 사람됨의 ‘싸가지’를 거론한 심정이 이해된다.

유 의원은 1980년대 중반 서울대 학생 신분으로 한 시민을 ‘프락치’로 몰아 폭행했지만, 피해자는 프락치가 아닌 것으로 법정에서 밝혀졌다. 설사 프락치로 보였더라도 서슴없이 린치(사형·私刑)를 가했다면 학생운동 또는 대(對)정권투쟁의 명분이었을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행동이었다. 그런 전력(前歷)이 아무런 교훈도 되지 못했는지, 유 의원은 지금 많은 국민이 애독하는 신문들에 대해 ‘언어의 린치’를 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 편에 서서 대한민국의 역사, 제도, 문화를 칼질하고 85년 전통의 신문을 향해 모진 공격을 퍼붓는 유 의원 같은 사람들은 ‘5년 정권’이 영원할 줄 알고 있는 것일까. 어떤 정권도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면 역사의 평가 앞에 알몸으로 서게 되는 법이다.

▶ 유시민 "독극물 입장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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