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 숨겨진 名畵… 일반인 접근 어려운 곳 많아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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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청사 장관실 입구 복도 벽면에 걸려 있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산수화. 조달청에 따르면 이 작품의 가액은 5억 원으로 정부기관이 소유한 예술품 가운데 최고가다. 이훈구 기자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청사 장관실 입구 복도 벽면에 걸려 있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산수화. 조달청에 따르면 이 작품의 가액은 5억 원으로 정부기관이 소유한 예술품 가운데 최고가다. 이훈구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외교통상부청사) 17층에 있는 외교부 장관실 앞 복도에는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 화백의 ‘산수화’가 걸려 있다. 가을 해질녘에 언덕을 넘어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촌부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현재 43개 국가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 중에서 가장 수작으로 꼽힌다. 2004년 12월 이 작품을 감정했을 때 감정가가 5억 원으로 국가기관 소장품 중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조달청이 7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박병석(朴炳錫·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가기관별 소장 미술품 관리대장’ 자료에 따르면 43개 국가기관이 소유한 50만 원 이상 예술품은 총 5358점. 이 중 1억 원 이상의 고가품은 44점이다.》

▽접근 어려운 정부중앙청사=정부중앙청사와 별관 건물에는 모두 390여 점의 예술품이 각 부처에 전시돼 있다.

비싼 작품은 대부분 별관 외교부 쪽에 집중돼 있다. 외국 손님의 방문이 잦은 외교부는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미술자문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어떤 그림을 사서 어느 곳에 전시할 것인가까지 논의한다. 재외공관에 전시할 예술품도 외국 인사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린다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자문위원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구입한다.

정부중앙청사의 국무총리실에는 이 화백의 ‘설경’, 변관식 화백의 ‘산수’ 등의 작품이 있다. 외교부 소장품인 이 화백의 ‘맹추(孟秋)’는 주한 외교사절들과의 만찬행사가 자주 열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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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민원실 옆에 있는 김형근 화백의 ‘진실, 소망’. 작춤 가액이 4억 원에 이른다. 강병기 기자

정부중앙청사는 일반인이 출입하기 위해서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증을 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반인에게도 예술품 감상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매주 특정 요일의 일정한 시간을 정해 정부기관이 소장한 작품을 일반에 개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달청 홈페이지의 ‘정부 소장품 사이버갤러리’(www.pps.go.kr/pic)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국문과 영문으로 곁들여져 있다.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국회의사당=국회가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은 정부청사에 비해 접근이 용이하다.

특히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은 2층 복도에 많은 예술품을 한꺼번에 전시해 놓아 이곳을 찾은 일반인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운보 김기창 화백의 ‘만추(晩秋)’는 국회의사당 본관 2층 국회의장실에 걸려 있다. 제당 배렴 화백의 ‘설악풍계도(雪嶽楓谿圖)’는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 있어 일반인이 접하기는 어렵다.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2층의 국회 소장품 전시장에 있는 장리석 화백의 작품 ‘소한’. 이 작품은 1억 5000만원에 달한다. 전영한 기자

▽정의 상징물 많은 서초동 법조타운=대법원, 대검찰청,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도 많은 예술품을 접할 수 있다.

대법원에는 정의와 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많다. 조각가인 서울대 엄태정 교수의 ‘법과 정의의 상’은 4억 원짜리로 법조타운에서 가장 비싼 작품. 해태의 뿔과 꼬리를 상징해 청동으로 만든 것이다.

조각가 문신(文信)의 ‘화(和)-95’는 2004년 12월 감정 때 2억 원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가치는 더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문 선생은 대법원 청사가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서초동으로 이전할 때인 1995년 이 작품을 거의 완성한 단계에서 타계했다. 유작(遺作)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만일 시장에 내놓으면 감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매겨질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 동관 원형 광장에 서 있으며,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대법원은 청사에 전시한 예술품을 안내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2-3480-1307∼8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청와대는 ‘국립미술관’…551점 28억어치 소장▼

청와대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을 비롯해 영빈관, 비서실 건물과 출입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 이르기까지 경내 곳곳에 총 551점의 예술품을 갖고 있다.

청화백자와 상감청자를 비롯한 도자기가 157점으로 가장 많고 한국화 134점, 서양화 110점, 공예품 78점 등이다. 규모로만 치면 하나의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조달청 집계로는 전체 미술품의 가격이 28억 원 정도.

단일 작품으로는 서양화가 김형근 화백의 ‘과녁’이 1억 원으로 가장 비싸다.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로비 양쪽에 손장섭 화백의 ‘느티나무’, ‘이천 백송’, ‘김제 왕버들’, ‘효자송’이 나란히 걸려 있고 오른쪽 충무실 복도에는 김기창 화백의 ‘산사(山寺)’가 있다.

본관 2층 접견실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능행도’는 청와대 직원 간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다. 조선 정조(正祖)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화성으로 가는 장면을 세밀하게 그린 이 그림에는 강아지 9마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 그림에서 강아지 9마리를 다 찾아낼 정도가 되면 청와대를 떠날 때가 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진다.

청와대 보유 주요 미술품
작가작품종류가액(원)
김형근과녁서양화 1억
김기창농악한국화8000만
김형근서양화8000만
김형근노태우대통령초상화7500만
이대원비경서양화7000만
김식금수강산한국화6600만
장두건정물서양화6000만
오승우서양화5000만
손응성정자서양화5000만
이상범산수한국화5000만
김형근우리의 꿈서양화5000만
윤중식아침서양화4000만
김창열회귀서양화4000만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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