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술자리 사건은 정치공작”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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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2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결백하다’는 몸짓을 하며 자신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주 의원은 22일 대구에서의 ‘술자리 폭언’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으나 당시 폭언은 대구지검 검사가 한 것으로 검찰 자체 조사에서 나타났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2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는 결백하다’는 몸짓을 하며 자신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주 의원은 22일 대구에서의 ‘술자리 폭언’과 관련해 구설수에 올랐으나 당시 폭언은 대구지검 검사가 한 것으로 검찰 자체 조사에서 나타났다. 연합뉴스
‘대구 술자리 성(性)폭언 사건’의 당사자가 한나라당 주성영(朱盛英) 의원이 아닌, 동석했던 검사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정치공작 논란으로 비화됐다.

한나라당 측은 “이번 사건은 10·26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과 일부 언론, 시민단체가 주 의원을 성폭언의 주역으로 날조한 정치적 공작”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음모론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성적 표현 부적절한 언행은 검사가”=대검찰청은 27일 자체 진상조사 결과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대구지검 정모 차장이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부적절한 언행은 성적(性的) 표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주 의원이 술자리에서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는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상명(鄭相明) 대검 차장은 이날 강재섭(姜在涉)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이 주 의원만의 잘못인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대구지검 정 차장도 “술자리가 끝날 무렵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술집 주인에게 여러 차례 실언을 했다”며 “기억이 없을 정도로 과음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시인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정 차장은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시인하고 책임지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대검 관계자는 “진상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절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에게 덮어씌운 정치공작이었다”=한나라당은 술자리 성폭언의 주역이 주 의원이었다고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최초로 문제 제기한 배경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대구지역 10·26 재선거와 관련 있는 특정인의 주변 인물이 다수 개입된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사건 관계자들이 외부인들에게서 ‘주성영 쪽으로 몰고 가자’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그 증거로 주 의원과 술집 여사장 H 씨,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L(기업인) 씨와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주 의원도 “이 사건에는 사이비 황색언론 오마이뉴스에 의한 사건 조작과 위장 시민단체(대구여성회)의 진실 왜곡, 대구 동을 재선거와 관련한 추악한 배후가 있다”며 “오마이뉴스를 쓰레기라고 얘기하면 전국의 쓰레기들이 떨쳐 일어날 것이므로 앞으로 오마이뉴스를 병풍 공작의 주역인 ‘김대업 뉴스’라고 부르겠다”고도 했다.

주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 4명, 술집 여사장 H 씨, 대구여성회 간부 Y 씨 등 6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건의 본질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심한 폭언을 했다는 것”이라며 “국민께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할 일을 정치 음모로 호도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녹취록에서 H 씨를 협박했다고 지목된 인물들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대구 동을 재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이강철(李康哲)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측근인 또 다른 L 씨는 “음모론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 다음 날 평소 알고 지내는 J호텔 오락실 사장 S 씨를 만나러 호텔에 갔더니 S 씨가 술집 여사장 H 씨와 함께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며 “이들에게 다가가니 H 씨가 ‘주성영이 온갖 욕을 2시간 정도 하고 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보도를 ‘아무런 확인 없이, 자의적 조작’으로 보도했다는 주 의원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술집 여사장의 ‘첫 증언’을 5명의 다른 언론사 기자와 함께 들었으며 어떤 조작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강철씨 측근 ‘이걸 왜 사건화 안합니까’ 협박”▼

다음은 한나라당이 이날 공개한 주 의원과 관련자들의 통화 녹취록 내용이다.

(26일 기업인 L 씨와의 통화에서 L 씨가 한 말) “이강철 씨 측근 L 씨가 오락실 사장에게 ‘이렇게 강철이 형님 배신합니까. 이걸 왜 사건화 안 합니까’라고 협박하고 오락실 문 닫게 만든다고 공갈치고 갔어요.

H 사장(술집 여주인)이 그걸 듣고 나한테 전화해서 미치겠다고 난리 치고 울었어요. 그쪽 사람들이 ‘의원님을 쟁점화하자, 현직 검사 건드려 봤자 우리가 피곤하다’고 했다는 식이에요. 이거 정말 음모고요….

오락실 S 사장이 계속 H 사장에게 코치하는 거예요. 전화하고 문자 넣고. S 사장은 ‘우리가 살길은 여당 쪽으로 붙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입 다물고 가만있으라, 네가 살고 먹고살게 해줄게’…. 그러니 H 사장은 마음이 흔들리지. (H 사장이 말하길) S 사장의 뜻을 거스르면 어린아이하고 뭐 부모님이 길거리로 나앉아야 된다고….”

(26일 H 씨와의 통화에서 H 씨가 한 말) “그런 외압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어젯밤 홀 정리하고 와서 오마이뉴스를 보는 순간 참 당황스럽더라고요. 이게 아닌데…. 99%가 거짓말인 거예요.”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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