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밝혔지만 직원들이 끌어내”…中한국학교 진입 30代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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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국 톈진(天津) 한국국제학교에 들어갔다 쫓겨난 탈북자 9명이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학교 측의 설명과 달리 탈북자임을 밝히고 한국행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딸 박모(8) 양과 함께 학교에 들어갔던 탈북자 김모(37·여) 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입학상담을 하러 온 것처럼 학교에 들어가 교장에게 ‘탈북자이니 한국행을 도와 달라’고 말했으나 교장이 직원들을 동원해 우리를 내쫓았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우리를 끌어내려는 직원 10여 명에게 저항하자 교장은 중국 공안원을 부르도록 지시했다”며 “이 학교 직원이 우리를 쫓아낸 뒤 교문을 잠그고 ‘곧 공안원이 도착할 테니 빨리 도망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함경북도 은덕군 출신으로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1996년 2월 남편과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으나 남편이 실종되자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중국 옌지(延吉) 시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김태진(金兌鎭) 교장은 “공안원을 부르라고 지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들이 자신을 탈북자라고 밝히지 않았다”면서 “최근 현지에서 유괴사건이 자주 일어나 학생 보호 차원에서 이들을 강제 퇴거 조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학교 측은 “이들이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하고 입학상담을 위해 학교에 들어왔으며 조선족은 입학할 수 없다는 방침에 따라 강제 퇴거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을 뿐 중국 공안원을 부르라고 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의 탈북을 돕고 있는 피랍인권탈북연대 도희윤(都希侖) 사무총장은 “한국행을 위해 죽을 고비를 넘고 브로커에게 돈까지 써 가며 학교에 들어간 탈북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학교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학교에서 쫓겨난 탈북자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일부는 신원이 공개돼 북송 위험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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