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先경수로 제공은 규정상 불가능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기 전에 경수로부터 달라’는 북한의 주장은 국제규정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핵물질과 핵 관련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을 통제하고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설립된 핵공급국그룹(NSG)의 규정에 따르면 NPT 회원국이 아닌 북한에 원자력 관련 장비와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며 “경수로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NSG의 통제지침 제4조는 “핵 공급국들은 핵 비보유국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안전조치 협정을 발효시켰을 때에만 핵 비보유국에 통제 품목을 이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제 품목은 핵물질과 원자로, 재처리 및 농축 장비 등이다. IAEA와 안전조치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NPT에 가입해야 한다.

NSG는 인도의 핵실험에 자극받아 1974년 설립됐다. 경수로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와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 중국 등 44개국이 가입해 있다. 경수로를 다수 보유한 한국은 1995년 가입했다. 북한은 NPT는 물론 NSG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이 NPT와 IAEA에 가입하지 않는 한 우리가 경수로를 지어주고 싶어도 지어줄 수 없다”고 밝힌 것도 NSG의 이 같은 규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NSG의 회원국으로서 당연히 그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따라서 경수로 제공 시점에 관한 한 우리도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19일 4차 6자회담의 공동선언이 발표된 직후 열린 6개국 전체회의에서 “경수로 제공에 관한 ‘적절한 시기’는 북한이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면서 IAEA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때에 자연스럽게 도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2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NPT에 복귀하고 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공급국그룹(NSG):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핵물질 및 관련 장비와 기술의 수출 통제를 위해 1974년 설립된 기구.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을 포함한 44개국이 회원국. 한국은 1995년 가입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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