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형량 기준 법으로 정한다

  • 입력 2005년 9월 1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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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이 형사사건 재판에서 피고인의 구체적인 범죄 내용과 형량을 규정한 양형기준에 따라 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양형기준법’을 제정하겠다고 12일 밝혔다. 검찰과 법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양형기준에 대해 논의하거나 기준안 마련을 주장해 왔으나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형기준법 제정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양형기준법이 제정되면 비슷한 범죄에 대해 법관마다 들쭉날쭉한 ‘고무줄 형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범죄 등급과 전과 등급을 기준으로 양형 범위를 설정하고, 판사는 이를 토대로 형량을 정하도록 해 편차를 줄이겠다는 것.

또 비리 거물에 대한 온정주의 판결 등의 시비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법관이 형량을 정하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법률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기계적으로 양형기준을 정할 경우 법관의 재량을 지나치게 축소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반대 등에 따른 마찰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천 장관은 12일 열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장관급 전체회의에서 “사법개혁의 핵심은 유전무죄와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해 양형기준을 객관화하여 형사 사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수(金善洙)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장은 “법무부 장관의 말을 참조해 (관련 법률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사개추위에서 양형기준법 제정을 추진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무부에 법률안 제출권이 있는 만큼 독자적인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천 장관의 확고한 뜻”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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