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법원내 비공식모임 不可” 경고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이용훈(李容勳·63·사진)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법원 내 비공식 모임에 대해 ‘공개 경고’하자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8일 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란 모임이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돼 보도되는데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한나라당 주호영(朱豪英) 의원의 질의에 대해 “대법원장에 지명되면 우리법연구회 연장자들에게 ‘법원에 이런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 젊은 법관들은 모르지만 부장판사들은 탈퇴하는 것이 좋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6월 2차 사법파동 때 강금실(康錦實) 김종훈(金宗勳) 박시환(朴時煥·현재 모두 변호사) 씨 등 현직 판사 10명이 사법부의 수뇌부 개편 촉구성명을 내놓으면서 만들었다.

현재 부장판사 20여 명 등 현직 판사 120여 명과 변호사 등 150여 명이 회원이다.

‘법률 전문 직업인의 비판적 시각에서 모든 법률 문화 현상을 조사·연구해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창립 회칙에서 볼 수 있듯이 모임의 활동은 법률연구와 사법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2003년 노무현(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강금실 씨가 법무부 장관에, 박범계(朴範界) 씨가 대통령민정비서관에 임명되는 등 회원 10여 명이 법원 안팎의 요직에 진출하자 모임이 지나치게 정치 조직화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법원장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9일 김종훈, 박범계 변호사와 이광범(李光範) 광주고법 부장판사 등 3명이 모임을 탈퇴했다.

김 변호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싶지 않고, 이 논의를 정리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 모임을 탈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장인 박상훈(朴尙勳)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조만간 있을 월례 모임에서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 판사들은 “순수한 연구 모임인데 이 후보자의 발언 때문에 모임의 성격이 왜곡됐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비회원인 한 중견 판사는 “정치 성향이 짙은 만큼 해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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