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朴대표 회담 앞둔 與野 기류는…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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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6일경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에서 연정론의 진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에선 ‘깜짝 제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6일경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에서 연정론의 진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측에선 ‘깜짝 제안’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6일경 열릴 것으로 보이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단독 회담을 앞둔 2일 청와대는 정중동이었고, 야당은 청와대의 의중을 탐색하며 대응 전략을 논의하느라 분주했다.》

▽“연정론은 반민주적이다”=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대전 가톨릭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전시당 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연정에 대한 입장은 확고한 만큼 더 할 이야기도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꺼낼 것에 대비해 미리 쐐기를 박은 것이다.

박 대표는 “연정은 헌법에도 어긋나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치면 원내 90% 이상의 의석으로 일당 독주가 돼 민주주의에도 반한다”며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연정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회담 관련 대책회의를 갖고 노 대통령이 ‘깜짝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상정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춘 대응 방안을 숙의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임기 단축의 구체적인 시한 제시 △박 대표에게 총리 직과 조각권 이양 △열린우리당 탈당 및 거국내각 구성 제안 등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박 대표는 짧고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맞장’ 토론을 벌이면 말려들 수 있다. 소신대로 ‘쿨’하게 대응할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연정론이나 개헌처럼 판을 흔드는 대형 이슈를 제기해 여권의 허를 찌를 소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고민이다. 당 내 소장파 그룹에서 개헌론의 조기 공론화가 불거지는 것도 박 대표에겐 부담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일 “연정론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천명했다. 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경제 기자

▽“첫술에 배부르랴”=청와대는 호흡을 길게 하고 있다. 그동안 연정론 제안에 대해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온 박 대표가 회담에서 선뜻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2일 “노 대통령은 두 달 동안 공개적으로 ‘임기단축’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느냐”며 “이번 회담엔 대화 자체에 방점이 찍힐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게 ‘깜짝 제안’을 내놓고 담판을 짓듯이 몰아붙이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회담이 연정 정국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박 대표의 면전에서 연정론 제안의 진정성을 피력하고, 박 대표가 이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朴)비어천가?’=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일 박 대표를 한껏 치켜세우며 회담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이날 고문단회의에서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노 대통령의 성품과 온유하면서도 합리적인 박 대표의 성품이 어우러져 한국 정치의 이정표가 되는 쾌거가 일어나길 바란다”며 박 대표를 치켜세웠다.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앞으로 인연이 있다면 대한민국을 한번 이끌어나갈 분”이라며 “(노 대통령과) 대화를 잘 나눠서 충돌을 피하고 상생의 길을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정론에 반대해 온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연정과 관련해 대통령이 이렇게 불퇴전의 각오로 나온다면 차제에 문제의식을 개헌 논의로까지 확대해보자”며 노 대통령이 정공법으로 박 대표를 설득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盧대통령 부동산대책 立法 강조

노무현 대통령은 2일 8·31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이번 대책의 성격은) 일부 부동산 투기세력의 이익이냐, 대다수 국민의 이익이냐를 놓고 선택하는 전쟁”이라며 “이 점을 국민들도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서민 생활과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이번 부동산 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책이 발표된 이후 일부 지역에서 가격 폭등 등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투기이익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에서 (정책이) 법으로 통과되는 것”이라며 “과거 부동산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총론에는 모든 국민이 찬성하다가도 각론의 내용에서는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결국 정책의 핵심요소를 배제하거나 국회 통과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 각론의 지엽적인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로 전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면 작은 차이를 가지고 너무 흔들지 말고, 일단 큰 골격은 통과시키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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