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연찬회, 혁신 외치더니… 막말로 막내려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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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나라당 연찬회는 당 혁신안 수용 여부 등 첨예한 쟁점들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어색하게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찬회에선 이틀간 54명의 의원이 각종 의견을 쏟아냈지만 마지막까지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의 큰 흐름에는 대부분 찬성했으나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퇴진 여부를 결정할 조기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견차가 극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대표가 토론 정리발언을 하면서 “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혁신안에 대해 (의원) 여론조사를 해서 오늘 결정을 내자”고 전격 제안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그는 “혁신안을 전면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라는 요구가 있지만 이는 대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고 이 문제를 더는 어정쩡하게 끌 수도 없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자 “이런 식으로 표결할 사안이 아니다”, “설문 결과는 혁신안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주성영(朱盛英) 의원은 연단으로 뛰쳐나가 “(조기전당대회 개최 여부에)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가 달려 있다. 조기전대 문제를 혁신안 속에 트로이목마처럼 숨겨놓은 채 이를 받으라는 건 사기다”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의원들의 항의는 걷잡을 수 없이 높아졌다. 한 의원은 “××”이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서너 명이 연단으로 올라가 거칠게 항의했지만 박 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뒤탈이 없다”고 맞섰다.

10여 분 동안 지속된 소란은 홍준표(洪準杓) 혁신위원장이 “여러분의 의견을 모두 수용해 최종안을 다시 내놓겠다”고 다독이면서 수그러들었다.

결국 혁신안 처리는 이번 주 의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당 운영위원회에 통보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종 결론은 수정 혁신안에 대한 운영위 표결을 통해 내려진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혁신안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되 전대를 내년 5월 지방선거 이후에 열고 박 대표의 임기는 보장하는 식의 타협안이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홍천=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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