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 보고’ 누가 받았나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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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미림팀장 공운영 씨의 집에서 나온 도청 테이프 274개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공 씨 외에 또 누가 있을까.

당시 공 씨와 안기부의 보고라인에 있던 당사자들은 내용을 알 것으로 추정되지만 본인들은 입을 다물고 있거나 부인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관련 의혹에 대해 측근들은 “YS 자신이 정보기관의 도청 공포에 시달렸던 만큼 불법도청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됐을 리가 없다”고 말한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소통령’으로까지 불렸던 현철 씨는 오정소 전 안기부 1차장이 주도한 미림팀 재건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으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또 오 씨는 자신이 보고를 받았겠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없으며 청와대에 보고하진 않았다고 말한다.

현철 씨가 미림팀의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회창(李會昌) 후보 진영의 김영일(金榮馹) 의원 등 ‘7인방’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모였는데 현철 씨가 다음 날 참석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라고 해 참석자들이 경악한 적이 있다는 것.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주목의 대상이다. 당시 청와대의 다른 수석비서관이 이 수석에게 “왜 나를 도청하느냐”고 따져 양자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최근 기자와 만나 “왜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안기부 보고서가 매일 아침 내 자리에 놓여 있었으나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전혀 몰랐다”며 “안기부 정보가 부정확한 것도 많고 해서 참조만 했다”고 말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權寧海) 씨와 1999년 안기부가 공 씨로부터 도청테이프를 넘겨받아 폐기할 당시 국정원장이던 천용택 씨도 도청 내용을 알 만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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