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30재선거때 私조직 동원 파문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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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 이날 공개된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 보고서에 한나라당이 4·30 재선거에서 사조직을 가동한 것으로 드러나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연합
22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 이날 공개된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 보고서에 한나라당이 4·30 재선거에서 사조직을 가동한 것으로 드러나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이 4·30 국회의원 재선거를 치르면서 현행법상 금지된 사조직을 가동하고 당원들을 대거 동원한 사실이 한나라당 자체 문서를 통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6곳의 재선거 중 5곳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이 불법선거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열린우리당이 공세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내홍(內訌)에 휩싸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공개된 당 여의도연구소의 ‘4·30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별 심층 분석’이라는 문건은 경남 김해갑 김정권(金正權) 후보의 승리에 대해 “한나라당 당원 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치밀하게 움직이면서 ‘김정권 동정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 문건은 또 “박근혜(朴槿惠) 대표 방문 시 창원 마산 진해시 등지에서 대거 동원된 당원들로 인해 실제 김해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개선사항”이라고 기술해 한나라당이 선거구 인근지역 당원까지 동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기 성남 중원(신상진·申相珍 후보) 선거의 경우 “동(성남 중원) 지역에서 한나라당 조직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태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조직은 당 공식조직이 아니라 ‘의사협회’였다”고 밝혔다. 의사 출신인 신 후보 당선을 위해 의사협회가 개입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현행 선거법 89조(유사기관의 설치금지)는 선거운동을 위해 사조직을 새로 만들거나 기존의 사조직을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등록된 선거운동원 이외의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다.

당원 동원은 그 자체만으로는 위법이 아니지만 조직적 동원 시 교통편의를 제공하게 되면 법 위반이다. 또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주민들은 ‘50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전국적으로 사조직 동원과 금품살포가 자행된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선거관리위원회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며 선관위 조사와 검찰 수사,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도 “현재 4·30 재·보선 선거비용 실사가 진행 중”이라며 “당 내부보고서에서 위·탈법 의혹이 기술된 상황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자료를 내고 “보고서에 언급된 사조직은 법이 금지하는 ‘유사기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가 개인적으로 아는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자발적으로 도와준 사람을 뜻한다”고 해명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후보가 사조직을 동원했다면 그 자리에서 고발을 당했을 것이다. 사조직 동원은 있을 수 없다”며 결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사조직 운영 사실 외에도 4·30 재·보선 압승을 ‘어부지리’라고 깎아 내리는 내용 등도 담고 있다. 따라서 어떤 의도로 이 보고서가 작성됐는지, 당초 ‘대외비’로 작성된 보고서가 어떤 경위로 유출됐는지를 두고 내분이 일 조짐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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