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에 빠진 열린우리당…갈등 커지자 ‘계파本色’

  • 입력 2005년 6월 8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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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운영 기조를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 노선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국회의원모임(안개모)’ 등 중도실용파 의원들과 친노(親盧) 직계 의원들이 주 전선을 형성한 가운데 당 내 여러 세력은 그 틈새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차기 대권 구도를 겨냥한 여권 내 세력들의 분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침묵하는 정동영계=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계보는 최근 당-정-청 갈등이나 당 내 문제에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 장관 본인은 남북관계 개선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한 핵심 측근은 “당 내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당 내 문제는 언론을 통해 전해 듣는 정도”라고 말했다.

6·15남북정상회담 5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과 남북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이 정 장관의 최대 현안이요, 향후 대권 구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는 듯하다.


여기엔 4·30전당대회를 통해 당 내 최대 기반을 구축해 놓은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듯하다. 정동영계로 알려진 한 의원은 “대통령 비판론까지 나올 정도로 혼탁한 당 내 상황에 정 장관이 굳이 발을 디딜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색깔’ 드러내는 재야파=정동영계와 경쟁관계에 있는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 중심의 재야파는 정부에 대해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으로 ‘노선’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정치연구회 소속 재야 출신 의원들은 4일 당-정-청 위크숍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재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7일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는 빈부격차의 해소를 핵심과제로 추진해 왔으나 성과는 대단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최근 일련의 의혹사건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측근과 공무원들 때문에 발생했다”고 지적하는 등 노 대통령 직계 그룹과의 거리를 분명히 했다.

당 내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김 장관도 대통령 측근 문제에 관한한 장 의원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李海瓚) 총리-유시민(柳時敏) 의원 “대통령과 총리 욕한다고 당이 달라지나”=이 총리는 최근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발호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 당 내 측근 논쟁을 촉발했다.

이 총리가 측근 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통령을 대하는 것과 대통령 측근을 대하는 것은 별개’라는 이 총리 특유의 원칙주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이 자존심을 조금 굽히고 정부와 대통령이 앞장 서 나가는 민생 문제에 대해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정부를 두둔했다.

유 의원이 이 총리의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정서적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유 의원은 전당대회 때 친노 직계 그룹과 불화를 빚은 바 있다는 점에서 그가 ‘친노 직계’에서 분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 직계, “왜 대통령과 측근을 공격하나”=대표적 친노 직계인 신의정연구센터와 국민참여연대(국참련) 소속 의원들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한 중도 성향의 ‘안개모’에 대해 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신의정연구센터 소속 서갑원(徐甲源) 의원은 7일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안개모 소속 정장선(鄭長善) 의원을 향해 “노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했느냐”고 반발하며 정 의원의 당직(제4정조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측근 그룹은 이 총리 측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측근 그룹의 맏형 격인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은 최근 이 총리를 겨냥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도파실용, “우리 길을 간다”=노 대통령의 이상주의적 정책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정장선 의원은 친노 직계 의원들의 당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정 의원과 같은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당분간 노선 갈등으로 비칠 정면 대결은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자기 목소리를 계속 낼 것으로 알려져 노선 갈등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상 재야파와 거리를 두고 있으며 실용적 노선을 추구하는 제 세력과의 연대를 검토 중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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