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난감하고 힘겹다”…최근 대통령 심경 소개

  • 입력 2005년 6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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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환경의 날 기념 국가지속가능발전비전 선언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환경의 날 기념 국가지속가능발전비전 선언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석동률 기자
“대통령이 된 지금의 나에게 주어진 어려운 과제는 한국사회에 있는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에 한 말이라며 윤태영(尹太瀛)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대통령의 1일 일지’라는 글에서 소개한 내용 중 일부다.

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청문회 스타가 되었을 때 ‘정치를 왜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분노 때문에 시작했고 지금도 식지 않아서 한다”고 대답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 글에는 열린우리당까지 국정 난맥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간접적인 소회를 담은 듯한 내용이 여럿 눈에 띈다.

윤 실장은 “노 대통령의 깨어 있는 시간들은 수많은 판단과 결단의 연속”이라며 “거기에는 열띤 토론과 피 말리는 긴장, 무겁고 깊은 고뇌가 있고 때로는 침울하지만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작은 일정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정책적 효과와 부작용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마추어적인 국정 운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초에는 사법제도 개혁안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 2008학년도 대학입시와 관련한 고교 1년생들의 집단 시위 등의 보도를 접하면서 무척 난감해하며 힘겨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즈음 노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 온라인 통신망인 ‘e-지원(知園)’을 통해 올라온 보고서를 이례적으로 며칠 동안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 노 대통령에게 ‘요즘 보고서를 왜 보지 않으시냐’고 묻자 “그냥 피곤해서 그랬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고 윤 실장은 소개했다.

당시는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의 불똥이 청와대의 보고시스템 문제로 번질 때였다.

노 대통령은 “1988년 이래 국민은 여당에 과반 의석을 주지 않았다”며 “이 상황에서 연정(聯政)을 얘기하면 ‘야합’이라고 하고, 현재의 당론 투표 구조하에서는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나 정책 설명을 하기도 어렵다.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관건이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치는 강의 흐름과 같다. 일직선으로 가는 강을 아직 못 봤다. ‘갈지(之)자’로 바다를 향해 간다”고 초지일관의 의지를 다졌다고 윤 실장은 전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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