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표 “아버지때 잘못 내가 잘해서 메워야”

  • 입력 2005년 6월 4일 03시 02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3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강당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학생들이 카메라폰으로 미소 짓고 있는 박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실용주의를 역설하며 당의 노선 변화를 암시했다. 대구=국회사진기자단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3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강당에서 특강을 하는 도중 학생들이 카메라폰으로 미소 짓고 있는 박 대표를 촬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실용주의를 역설하며 당의 노선 변화를 암시했다. 대구=국회사진기자단
“부모님이 모두 흉탄에 돌아가시고 힘든 세월을 보냈어요.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느껴졌지만 딱 한 가지, 바른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토론회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사를 소개하면서 정치 철학의 일단을 밝혔다.

박 대표는 3일 경북대 정보전산원 강당에서 ‘한국사회의 위기와 희망을 말한다’는 주제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어려운 정치판에서 늘 품위를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과거 힘든 시기에 마음을 다스려 온 노력이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

박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안 태어났다면 아픔을 몰랐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나 그 빈 자리를 메우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일하면서 나중에는 힘들어할 여유도 없어졌다”고 회고했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어느 시대나 장단점이 있고 잘한 점, 잘못한 점이 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잠재적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가 발전을 이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그때 부족하고 잘못된 부분은 내가 잘해서 메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실용주의를 역설하며 당의 노선 변화를 시사했다. 박 대표는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며 “한나라당은 보수정당보다는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연한 실용주의를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대 희망학생연대21, 대학생 인터넷 신문 ‘투유’의 공동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강연에는 1000여 명의 학생과 주민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대구=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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