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 위원장, 이제는 核 도박 끝낼 때다

  • 입력 2005년 5월 12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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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제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뒤집고 핵무기로 북한을 위협하기 때문에 “방위적 목적에서 핵무기고를 늘리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가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번 작업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추가로 추출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이런 식의 핵 장난이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나흘 전만 해도 북한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미 양자 회담을 받아들일 것처럼 말을 흘림으로써 회담 재개에 한 가닥 기대를 갖게 하더니 갑자기 폐연료봉 인출을 들고 나왔다. 강온(强穩)을 오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전술이다. 하지만 여기에 넘어갈 나라는 없다. 지난달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을 때 다음 단계는 폐연료봉 인출과 재처리 위협이 될 것임을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아직도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엊그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미 양자회담도 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선 것은 한 예다. 중국도 “북한 핵 실험설에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경고를 통해 북한을 설득 또는 압박하고 있다.

이런데도 벼랑 끝 전술을 고집해 북한이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2·10 핵 보유 선언만 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신만 높여 놓았을 뿐 실익(實益)은 없었다. 미국 사회의 악화된 여론으로 인해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은 오히려 멀어졌고, 맹방(盟邦)인 중국마저도 북한을 도와 줄 명분만 잃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은 ‘핵 도박’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 6자회담 당사국들의 외교적 노력이 소진될 경우 남는 대안(代案)은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와 대북(對北) 경제제재, 해상봉쇄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우 미군에 의한 국지(局地) 폭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그런 비극적 결말을 원하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는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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