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일본 시민의 양심에 기대 건다

  • 입력 2005년 4월 5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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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본 문부성이 2006년부터 사용할 역사·공민 등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는 검정 내용이 악화된 한일관계 복원의 중대한 고비라고 보고 주목해 왔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독도와 관련해 후소샤(扶桑社)판 공민교과서는 2001년판에 없던 독도 화보까지 게재하면서 ‘한국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는 기술을 추가했다.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의 공민교과서, 니혼서적의 지리교과서도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 또는 ‘일본의 영해’라고 새로 써넣었다. 철저한 개악(改惡)이다.

후소샤판 역사교과서는 문제가 있는 30개 부분 중 17개 부분은 현행 수준이 유지되고, 8개 부분은 ‘개선’ 또는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이라는 칼럼을 신설해 일본이 조선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왜곡하는 등 5개 부분을 개악했다. 시미즈서원의 교과서가 군(軍)위안부 관련 기술을 삭제한 것도 문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식민지 침탈을 정당화하고, 우리 민족의 해방 역사를 부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역사교과서는 보편적 가치와 역사적 진실에 비추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타당한 문제 제기다.

우리는 이번 검정 과정에서 ‘교과서 기술에 이웃나라의 비판을 배려한다’는 ‘근린제국(諸國)조항’이 사문화(死文化)되고, 후소샤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들까지 역사왜곡에 가세했다는 점을 우려한다. 교과서 검정의 최고책임자인 문부상 등이 “학습지도요령을 고쳐 독도가 일본 땅임을 명기해야 한다”거나 “근린제국조항 때문에 자학사관(自虐史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왜곡을 부채질한 점은 더욱 유감이다.

가까운 역사조차 반성하지 않고, 주변국의 신뢰도 얻지 못하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일본은 중국에서도 가두시위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이유를 깊이 자성해야 한다. 부끄러운 역사라도 사실대로 미래세대에 가르칠 수 있는 국가만이 지도국이 될 수 있다. 경제력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는 주권과 관련된 독도 영유권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 다만 교과서 문제는 일본의 양심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자 한다. 2001년 후소샤판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이 0.039%에 머문 것은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단체의 승리였다. 정부는 이번에도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채택률을 떨어뜨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외홍보 활동도 실질적으로 강화해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알리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7일로 예정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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