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 ‘군대동원 발언’ 진실은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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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에 대한 이명박(李明博·사진) 서울시장의 ‘군대 동원 발언’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서울시가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5일부터 사흘간 하루 한 개씩 논평을 내고 이 시장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 시장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이 시장 발언의 진상은 이렇다. 이 시장은 24일 경기 남양주시 강북정수장에서 수돗물 관련 대책을 발표한 뒤 구내식당에서 취재진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기자들이 전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에 대한 대책을 묻자 이 시장은 “없지 뭐. 어떻게 해”라며 짧게 대답했다. 다시 기자들이 “서울시장이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 시장은 “어떻게 해. 군대라도 동원할까? 그런 문제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시장은 시 살림에 신경 쓰는 게 본분이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기자들은 이 시장의 발언이 질문을 피하는 차원에서 자조적인 투로 한 것으로, 발언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신문이 수도권의 반발을 소개한 25일자 기사에서 “이 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함으로써 파장을 초래했다.

이 기사를 본 인터넷 언론들은 25일 “이 시장 ‘군대 동원’ 쿠데타성 발언 물의”(데일리 서프라이즈) 등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이어 이날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 시장의 발언은 5·16군사쿠데타 세력의 수제자다운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 언론학자는 “발언의 전후 사정이 감안되지 않은 채 인터넷을 통해 파문으로 비화되고, 또 정쟁(政爭)의 소재로 이용되는 우리 사회 논쟁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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