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정국에 국보법 폐지 껄끄럽네…”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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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여야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문제를 다룰 2월 임시국회는 14일부터 재가동된다.

여야는 일단 겉으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회기에 다뤄야 한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민생 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면 협상을 미뤄야 한다는 쪽이다.

그러나 속으로는 ‘북핵 보유’ 선언이 갖고 있는 정치적 파급력을 감안해 탄력적인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양당 내부에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국보법 폐지에 대한 속도 조절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13일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은 북한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도 “국보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다루자는 것”이라며 “소모적 논쟁은 피해야겠지만 당분간 이 문제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은 당분간 초당적 노력을 강조하며 상황이 진정되기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강온파 간의 의견차가 더 커질 것 같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둘러싼 보수파는 이번 사태를 국보법 폐지 불가론의 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공공연히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의 방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중도파 및 소장파는 국보법 협상마저 거부할 경우 ‘한나라당=꼴통 보수’라는 이미지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차분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핵 보유 선언을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대처하면 한나라당의 기존 이미지만 확산시킬 것”이라며 “국보법은 별개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중도파인 박진(朴振) 당 국제위원장은 “대여(對與) 비판과 동시에 이번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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