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이어서라도”…北, 권력 부자세습 또 시사

  • 입력 2005년 1월 3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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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 언론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권력 세습을 시사하는 내용을 또다시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조선중앙방송(라디오)은 ‘선군의 길’이라는 제목의 ‘정론(政論)’에서 “나(김일성·金日成 전 주석)는 우리 아버지(김형직·金亨稷)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내가 이 성스러운 과업을 다하지 못하면 대를 이어 아들이 하고 아들이 못한다면 손자 대에 가서라도 기어이 이 과업을 수행하고야 말 것”이라는 김 전 주석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발언은 1994년 사망한 김 전 주석과 김정숙(1949년 사망) 부부가 1943년 김 국방위원장의 첫돌에 즈음하여 백두산 아래 거처에서 나눈 대화의 일부다.

방송은 또 김 국방위원장이 몇 년 전 “나(김정일)는 어버이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을 받들어 이 땅에 기어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세우고 인민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안겨주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중앙방송은 김일성 부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내가 가다 못하면 대를 이어서라도 끝까지 가려는 계속혁명의 사상이었다”고 해석했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방송을 통해 2000년과 2001년, 2003년 2월과 2004년 12월에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일에는 조선중앙방송 정론에서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을 내보냈다.

정부 당국은 이번 방송에 대해 “여러 차례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이라며 큰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김 국방위원장이 김 전 주석에게서 권력을 승계 받을 때 김 국방위원장이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의 논리를 원용한 것”이라며 “혁명의 순수성이나 계승성 등을 강조한 것이지 이 자체를 가지고 김정일의 후계구도를 암시했다고 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연구소 정성장(鄭成長) 남북한관계연구실 연구위원은 “김형직-김일성-김정일의 발언을 연달아 소개하며 대를 이어 혁명을 완수하겠다는 것은 김정철 등 김정일 후대로의 세습을 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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