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가 아쉬워 대통령에게 아부하나…"

  • 입력 2005년 1월 27일 16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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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가 아쉬워서 대통령에게 아부를 합니까. 아부를 하려면 대통령이 내게 일 잘해달라고 부탁을 해야지….”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는 막아야 한다”며 광화문 현판 교체를 재고해달라고 26일 공개서한을 보낸 40년 지기 김형호 한나라당 의원에게 “(김 의원 말에)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광화문은 결코 그런 맥락에서 볼 사안이 아니다”는 내용의 답신을 27일 보냈다.

유 청장은 “광화문 현판 교체는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1995년 경복궁 복원 계획 속에 들어있던 것으로 이미 공청회까지 거쳤으나 ‘뜨거운 감자’여서 누구도 건드리지 않고 미뤄져 온 사안”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광복 60주년 행사를 광화문과 근정전 사이에서 열게 돼 불가피하게 시행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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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나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 사당이라기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같은 곳인데, 저는 이 곳을 손보거나 현판을 떼어 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내가 이런 일을 했다면 그것은 씻지 못할 과오이고 서투른 정치적 행위이며 승자에 의한 역사파괴 작업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광화문과 현충사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유 청장은 ‘노 대통령을 정조와 비교했다’는 것과 관련해서 “나를 ‘아부쟁이, 어용학자’로 몰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개혁을 한다면서 정조 같은 역사적 사례(실패까지 포함)를 모르는 것이 안타까워 ‘진짜 개혁을 하시려면 정조를 통해 배우십시오.’라는 뜻에서 한 말”이라면서 “김 의원! 아다시피 난 아부를 못해서 길바닥에서 10년을 백수로 지낸 시절도 있는 사람”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왜 정조의 글씨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현역대표 서예가의 글씨 △조선왕조의 대표적 서예가의 글씨 집자 △임금의 글씨(어필) 세 가지 중 하나를 쓰는 방법 밖에 없었다”면서 “이상의 3가지안을 놓고 오는 3월 문화재위원회 합동회의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역 대표 서예가는 여초 김응현 선생인데 현재 병중이고, 명필 글씨는 한석봉과 추사 김정희 글씨를 집자하고 있다”면서 “어필은 조선시대 왕들이 많은 글씨를 남기지 않아 ‘光化門’이라는 세 글자의 집자가 가능한 분은 정조대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훈민정음 집자도 생각했으나 실패했다”며 “정조는 경복궁과 인연이 없으나 조선왕조의 명군(名君)이고 글씨도 품격이 있어 어필 안으로 삼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나의 꿈은 ‘지조있는 학자, 양심있는 문사(文士)’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나의 현실 저항과 참여를 세상 사람들은 왜 자꾸 비속한 정치적 행위로 보려고 하는지 서운하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김형오 의원 공개서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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