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통일 “北 스스로 체제변형해야”

  • 입력 2004년 12월 24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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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鄭東泳·사진) 통일부 장관은 23일 “우리도 북한의 체제변형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의 차이는 그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1∼24일 중국을 방문한 정 장관은 이날 상하이(上海)에서 동행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북한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체제변화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방중 기간에 “(미국 내에서) 체제변형론, 북한붕괴론이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나라도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나라의 체제와 문화를 변경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며 ‘미국식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미국의 체제변형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북한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 장관이 어떤 의미로 ‘북한 스스로의 체제변형’을 말했는지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 의한 체제변형’ 대 ‘자발적 체제변형’=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분명한 것은 북한체제가 외부의 압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최근 “미국은 점진적으로 북한 체제를 변형시켜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으나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는 체제변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

정 장관의 방중을 수행했던 핵심 당국자도 “장관의 발언은 북한인권법이나 경제제재 등의 방법으로 경제 개혁 개방 등 체제변형을 유도한다는, 미국식 체제변형론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즉 정 장관이 말한 체제변형은 정부가 북한 스스로 체제변형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자발적 체제변형론’이라는 뜻이다.

▽‘자발적 체제변형론’의 한계=가장 큰 한계는 한국이 북한의 ‘자발적 체제변형’을 유도할 지렛대가 없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북핵 대화든 남북 당국 대화든 결국 대화 재개의 열쇠는 북한이 쥐고 있다”며 “대북특사나 정상회담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도 상황이 무르익지 않아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23일 저녁 당정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초조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이처럼 한국의 지렛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자발적’이라는 전제를 달더라도 ‘체제변형’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상하이=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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