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표정]法司委엔 法이 없었다

  •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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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국회 법사위원회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개회가 예고됐던 오후 4시가 되자마자 여야 의원 5, 6명이 50여명의 취재진과 당직자들에 둘러싸인 채 위원장석을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을 시작했다.

법사위 소속이 아닌 한나라당 곽성문(郭成文) 김재원(金在原) 최구식(崔球植) 의원 등이 먼저 위원장석 주변을 차지한 채 움직이지 않자, 열린우리당 법사위 간사인 최재천(崔載千) 의원 등은 “비법사위원들은 모두 나가”라고 고함치며 맞섰다.

이후 “너 뭐야, XX” “이 XX들” “비켜, 임마” 등의 욕설이 오갔다. 몸싸움이 시작되자 국회 경위들의 저지로 미처 회의실에 들어오지 못한 양 당 당직자들도 문을 밀치고 들어와 위원장석 주변에 모여들었다.

곽 의원은 허리춤에 의사봉을 감췄고 김, 최 의원은 위원장석에 엎드린 채 버텼으나 5분여간의 몸싸움 끝에 열린우리당 측에 의해 끌려나갔다. 이어 최재천 의원이 위원장석 옆에 서서 손바닥으로 위원장석을 세 번 내리치며 개회를 선언했다. 그는 곧바로 “국회법 50조 5항에 따라 위원장직을 대행합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비롯한 11개 안건을 일괄 상정합니다. 이의 없습니까”라며 다시 손바닥으로 세 번 위원장 책상을 내리쳤다. 이 때가 오후 4시 10분이었다.

이에 회의장 안에 있던 열린우리당 우원식(禹元植) 의원이 “이의 없습니다”라고 외쳤고, 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은 “드디어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상정됐다”며 서로 얼싸안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김, 최 의원을 비롯해 위원장석으로 몰려든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홍준표(洪準杓)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은 “이런 법이 어디 있나” “날치기다”라며 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최재천 의원은 즉시 “산회를 선포합니다”라고 말한 뒤 위원장 책상을 이번엔 국회법 책자로 다시 세 번 두드렸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일제히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한편 그동안 위원장실에 있던 최연희 법사위원장은 산회 직후인 오후 4시 20분경 회의실로 들어와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개회를 선언했다. 최재천 의원의 사회로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한 회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제스처였다.

한편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이날 몸싸움 과정에서 갈비뼈를 다쳐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검진을 받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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