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이상說]국제사회 눈총 의식한 우상화 후퇴?

  • 입력 2004년 11월 1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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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과 일본의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외신들은 일제히 북한 체제 이상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16일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 소식을 전하고 일본의 북한방송 전문 청취기관인 라디오 프레스가 17일 김 위원장의 호칭에서 ‘경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빠졌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 됐다.》

▽외신이 전한 이상설=라디오 프레스는 이날 “북한 관영 언론들이 김 위원장에게 항상 붙여 온 ‘경애하는 지도자’라는 수식어를 생략했다”고 전했다.

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18일 ‘북한 경애하는 지도자 격하?’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경애하는 지도자(Dear Leader)’라는 호칭 생략, 절대적인 지도자의 초상화 철거 등은 김 위원장에 대한 개인숭배가 끝나가는 명백한 증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평양에 있는 한 유럽국가의 대사는 지난달부터 평양의 일부 학교와 기관에서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제거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국에 있는 자국 대사에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AFP통신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된 것이 확실하다”고 평양 주재 유럽국가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권력 변동과 김 위원장의 지위 약화”라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 같은 언론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정부의 평가=비밀에 싸인 북한 내부의 일이어서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활발한 현지 지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외신들의 해석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위원장의 호칭 문제는 라디오 프레스의 과도한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중앙통신을 비롯한 관영 매체들은 △당 총비서 △국방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호칭을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여기에 일부 다른 표현을 덧붙이고 있기 때문.

라디오 프레스가 지적한 대로 김 위원장의 17일 군부대 방문 때 ‘경애하는’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던 10월 10, 12, 28일에도 ‘경애하는’이란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수식어 자체가 사라졌다면 모르겠지만 앞에 붙는 수식어 일부분의 변화로 권력 이상설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초상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외국인이 자주 드나드는 일부 공공장소에서 초상화를 내렸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북한 TV방송 등에 비친 각종 공공기관에선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그대로 걸려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에 학습조 폐지와 초상화 제거를 지시한 적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은 중대한 변화가 없다”며 “정동영(鄭東泳) 장관에게 보고하는 주요 일일보고 18일자에도 북한 내부 변동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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