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나도 사고 하나 칠까 하다가…”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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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교민들이 14일 저녁(현지시간) 교민초청 간담회에서 연설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사고를 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 경제에 관해 언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박경모기자
아르헨티나 교민들이 14일 저녁(현지시간) 교민초청 간담회에서 연설하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사고를 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 경제에 관해 언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박경모기자
“나도 사고를 하나 칠까 하다가도….”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교민 150여명을 숙소인 셰러턴부에노스아이레스호텔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국내 경제를 설명하다 말미에 이같이 말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획기적으로 뭘 만드는 것보다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6% 성장을 (공약으로) 내놓기에 나도 약이 올라서 7%로 올려 내놨다. 그런데 7%는커녕 지난해 3.1%, 올해는 5%에 그쳤다”면서 “매를 맞아도 싸다”고 했다.

또 노 대통령은 “유착, 특혜, 특권, 독점 같은 용어들이 이제 한국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내 임기가 끝나면 거의 없어질 것이다. 특히 ‘부(부패)’자와 ‘독(독점)’자는 없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1998년 외환위기 같은 큰 사고라도 국민이 땀 흘려 다 복구시켜줬다. 주택 200만호(건설)도 후유증이 있었지만 국민이 다 극복시켜줬다. 나도 사고를 하나 칠까 하다가도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고 말해 경제회생을 위한 획기적 조치를 검토했다가 보류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즉각 경제계에서는 이 ‘사고’가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경제계 안팎에서는 이 조치가 현실성 있게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대통령 발언은) 위기관리를 강조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도 리디노미네이션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냈다고 해서 곧 정부의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남북간의 체제 경쟁은 이제 끝났다”며 “이제는 북한이 개혁과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관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1960, 70년대만 해도 한국이 북한에 뒤져 있었으나 지금은 (경제력에 있어) 40배, 어떤 사람은 60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북한은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면서 “남북한이나 우리를 둘러싼 4강국이 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잘 관리하면 한반도는 결코 위험한 분쟁지역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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