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동아 헐뜯기’…“여론조사 일부 내용 누락”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43분


코멘트
열린우리당은 10일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본보 8일자 A1·4면에 실린 여론조사 보도가 실제 조사 항목 중 일부를 누락시켰다며 왜곡 보도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변인은 본보가 여론조사기관인 코리아리서치센터(KRC)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항목 19개 중 13개 항목만 보도하고 6개는 보도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글이 일부 인터넷 매체에 오른 것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본보의 기획 및 보도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일방적 주장을 한 것으로 본보의 공신력을 훼손하고 본보 독자와 국민을 오도(誤導)한 것이다.

본보는 8일 한국사회의 이념성향 변화에 관한 ‘뉴 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참고자료를 얻고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6일 KRC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7일 오전 10시반경 KRC에서 조사결과를 넘겨받은 뒤 사내 여론조사 전문가와 정치부 데스크 및 기자들의 분석과 토론을 거쳐 기사 방향을 정했다.

그 결과 여론조사 항목 중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법안에 대한 찬반 △정당지지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북-미 관계 등에 미칠 영향 △바람직한 정부 여당의 국정운영 기조 △응답자의 이념적 성향 등에 관한 부분을 다루지 않기로 했다.

이 중 4대 법안은 본보가 별도의 상세한 여론조사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 조사한 것으로 2개 법안은 반대 비율이, 2개 법안은 찬성 비율이 각각 높게 나타났으나 당초 취지에 따라 모두 기사화하지 않기로 했다. 정당지지도와 부시 대통령 재선 관련 부분 등은 다른 여론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기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바람직한 국정운용 기조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진보’를 ‘보수’보다 긍정적으로 가치판단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는 여론조사 전문가의 해석에 따라 기사화하지 않았다.

반면 본보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층이 현 정부를 좌파라고 공격하는 데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내용 등 여권에 유리한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런 점에서 김 대변인의 본보에 대한 공격은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많은 정보 중 무엇을 기사화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판단과 선택은 언론의 몫이다. 특히 본보는 이번 여론조사 보도와 기사 판단에서 투명한 논의 과정을 거쳤다.

與, 인터넷 매체에 자료 고의유출 의혹

열린우리당이 여론조사기관인 KRC에서 자료를 입수한 뒤 일부 인터넷 매체에 자료를 의도적으로 유출하고 이를 다시 정치 문제화하는 전형적인 ‘짜고 치는’ 방식의 사안 부풀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KRC 김정혜 이사는 10일 “동아일보에 여론조사 보도가 나간 8일 오후 열린우리당 (기획전략실) 유용웅 국장에게서 여러 차례 자료 요청 전화가 와 전체 자료를 제공했다”며 “자료를 제공한 곳은 열린우리당뿐이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9일 오후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에 관련 기사가 나간 뒤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유 국장에게 전화했더니 그가 ‘받은 자료를 민병두(閔丙두) 기획위원장에게 보고했고, 민 위원장 쪽에서 프레시안과 오마이뉴스, 내일신문 등 3곳에 자료를 제공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 국장도 본보기자에게 “KRC에서 받은 자료를 기획위원장인 민 의원에게 보고했고, 민 의원이 그 자료를 프레시안에 제공한 것까지는 알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민 의원은 “유 국장에게 자료를 구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고, 자료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민 의원은 “9일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으며, 당시에는 이미 관련 여론조사 자료가 당 내에 나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