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경제 어렵지만 나라 안망한다”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23분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은 5일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출연해 최근의 경제 불황 등에 대해 2시간 동안 자신의 견해를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남편이 실직한 어느 주부의 사연을 듣고 나선 한동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안타까워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에서 두번째)은 5일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출연해 최근의 경제 불황 등에 대해 2시간 동안 자신의 견해를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남편이 실직한 어느 주부의 사연을 듣고 나선 한동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안타까워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5일 과거사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 국가정보원이든 경찰이든 정부 각 기관이 국민에게 과거의 부끄러운 것을 솔직하게 털고 사과함으로써 용서받을 것은 용서받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출연해 “국가가 도덕적 신뢰를 갖고 있지 않으면 국민이 국가가 하는 일을 따르지 않게 되고, 그러면 나라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정원을 예로 들면서 “지금 국정원에 테러방지 책임을 맡기자고 하면 국회의원이나 시민단체가 반대한다”며 “이는 과거 국민을 뒷조사하고 억압하고 고문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름을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 ‘국정원’으로 바꿔도 회복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대책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제도를 완전히 고쳐서 집값, 땅값은 반드시 잡겠다”며 “서울 같은 곳은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투기만이라도 철저히 막아서 수요공급에 관계없이 집값, 땅값이 오르는 것은 꼭 막아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기 불황에 대해선 “지금 우리는 통상적인 불경기가 아니라, 골짜기가 아주 깊은 특별한 불경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지금의 경기침체는 이 고비를 넘기면 다시 위로 상승하니까 버티고 견뎌서 극복할 수 있다. 금방 해결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희망론’을 폈다.

노 대통령은 ‘아이 돌을 맞았으나 2년간 남편이 실직한 탓에 돈이 4000원밖에 없어 케이크도 사지 못한 채 초라한 돌상을 차려놓고 눈물을 흘렸다’는 어느 주부의 사연을 듣고 “나도 어머니께서 못 먹여서 키가 안 큰다고 만날 가슴 아파 하셨다”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미리 이 편지를 세 번 읽고 왔다. 어떻게 목이 메고 눈물이 나는지 (방송과정에서) 실수할 것 같아 몇 번 읽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랬다”며 “(어머니가) 가슴 아파하던 그 자식이 커서 지금 대통령이 돼 있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 모두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서민생활을 모르면 큰일 난다”며 “군대에서 행군할 때 중대장은 지도책을 끼고 앞장서 가고 인사계(사병들에 대한 인사 및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부사관·현재는 행정보급관이라고 부름)는 맨 뒤에서 구급차를 타고 뒤따라오면서 낙오자를 챙긴다. 나는 ‘인사계’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수도권 과밀 문제를 ‘비만’에 비유하면서 “30년 전부터 살빼야지 하면서 계속 살찌는 것과 같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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