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정치’의 허와 실]극소수 골수지지자에 휘둘리는 與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37분


“대통령과 총리를 감히 훈계하고 폄훼하며 도발적 작태를 과시하는 어느 의원을 보면서… 개인주의적이자 무책임한 방임주의 분위기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1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단 없는 개혁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결의문’ 중 일부 내용이다.

이 결의문은 8월 기간당원 자격요건 완화 문제를 놓고 당사 점거 농성을 주도한 박무씨 등 당 게시판을 쥐락펴락해 온 ‘단골 필자’들의 공동 작품.

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결집된 ‘당원의 뜻’을 내세우며 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이들과 소신이 다른 의원들 중에는 인터넷상에서 전개되는 이들의 파상공세가 두려워 할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소신을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정당정치에서 당원들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 자체를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친노(親盧)’가 아니면 ‘반개혁’으로 낙인찍는 ‘게시판 정치’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 이 때문에 누리꾼(네티즌)정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점차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장선(鄭長善)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국민 대다수가 국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국민 전체보다는 우리 고정 지지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에 비중을 두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경상도 출신 수구 보수 의원들이 ‘꼴통 보수’로 비판받고 있는 것처럼 골수 지지자만을 의식한 열린우리당 내의 ‘꼴통 진보’도 문제”라며 “몇 안 되는 골수 지지자들만 의식한 정치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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