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분서(焚書)’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4시 29분


▼‘분서(焚書)’▼

- 베르톨트 브레히트

위험한 지식이 담긴 책들을 공개적으로 불태워버리라고

이 정권이 명령하여, 곳곳에서

황소들이 끙끙대며 책이 실린 수레를

화형장으로 끌고 왔을 때, 가장 뛰어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의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가 나서 나는 듯이

책상으로 달려가, 집권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책을 불태워 다오! 그는 신속한 필치로 써내려갔다.

나의 책들을 불태워 다오!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들을 남겨놓지 말아 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너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취급한단 말이냐!

나는 너희들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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