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사수 집회]“꼴보수들의 집합” “민심의 폭발”

  • 입력 2004년 10월 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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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보수·종교단체들의 대규모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를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우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는 양당의 시각부터 확연하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꼴보수들의 집합’이라고 규정한 반면 한나라당은 ‘민심의 폭발’로 해석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5일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면서 “알 카에다 테러경계령이 내려져 나라 안이 뒤숭숭하고 대통령은 통상외교를 위해 해외 순방 중인데 이런 집회로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게 바람직스러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테러 위협은 미국을 도와서 이라크에 파병한 것 때문에 나온 것인데도 불구하고 반미 친북정권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어려운 경제를 생각하는 지도자들이라면 이런 시기에 선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도 단호한 대처를 내각에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참가자의 주장이 도에 지나친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정부는 인내력을 갖고 임하되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비등하던 민심이 폭발했다”며 여권에 국보법 폐지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국정감사 기간에 안보 및 국가 정체성 문제를 집중 쟁점화하기로 했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는 특정 단체의 목소리가 아니라 국민의 80%가 넘는 민심의 목소리였다”며 “정부 여당은 이를 두고 선동 운운하고 있는데 결국 혹독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전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이 정권은 위기 때마다 남북정상회담을 띄우는 습성이 있는데 국보법을 팔아서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나라 걱정하시던 국민이 궐기했다”며 “국보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역사 되돌리기 등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사회주의 입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 의지의 발로”라고 규정했다. 이성헌(李性憲) 제2사무부총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최근 자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의 67%가 국보법 폐지에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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