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3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군에서는 노 대통령이 ‘군 스스로의 강력한 혁신의지’를 요구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군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군 수뇌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군 일각에서는 그동안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추진 중인 국방부 문민화, 국무총리실의 국방획득청 신설,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의 군 사법제도 개선안 마련 등에 대해 크고 작은 불만이 흘러나왔다.
▽문민화의 허와 실=국방부 기획관리실의 ‘국방부 문민화 추진계획 초안’에 따르면 국방부 본부에 근무 중인 현역 장성 10명은 2006년 말까지 모두 민간공무원으로 교체된다. 영관급 장교도 현재 411명에서 215명으로 줄고, 이들 보직에 민간인들이 들어온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예비역 군인과 일반 공무원, 그리고 민간 군사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다.
![]() |
그러나 군 내부에서 군사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민간 인력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장성은 “현재 우리 군은 주한미군 감축과 자주국방 추진, 북한 핵개발 등 완전히 새로운 군사적 도전에 놓여 있다”며 “야전과 정책 모두에 정통한 군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민간인이 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내년 민간인 중심으로 신설될 국방획득청의 경우 육군 중심의 무기획득정책을 조정하고 비리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지만 자칫 민군(民軍)간 이견으로 신속한 군사력 확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예비역 군인들이 다시 민간인으로서 근무하면 업무의 연속성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영관급 장교들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한 영관급 장교는 “예비역 군인들을 대거 영입할 경우 과거 군의 명예를 떨어뜨렸던 하나회와 알짜회 등 사조직 출신들이 다시 국방부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 특정 기수는 지난달 대령 진급인사가 끝난 뒤 내부 전산망에 이 같은 우려를 공식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사법제도 개혁 논란=또 다른 국방개혁 이슈인 군 사법제도 개선안은 대표적인 민군간 의견 충돌 사례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마련 중인 개선안에는 고등군사법원 폐지, 군 검찰의 수사지휘권 강화, 지휘관의 부하 범죄자 형벌감경권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난해 공금유용 혐의를 받은 장성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었다. 청와대는 올 5월 군 수뇌부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은 신일순(申日淳) 육군대장(현 예비역)의 구속을 꺼리자 군 사법제도 개혁을 국방개혁의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군의 특수성과 지휘권 약화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형 국방개혁 추진해야=국방부 문민화 등 각종 국방개혁이 지나치게 외국군의 사례를 모델로 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부 문민화의 경우 전체 인력의 70%가 민간 인력인 미국 국방부 본부가 1차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91%가 민간인인 영국 중앙참모부, 현역 군인이 한 명도 없는 일본 방위청 본부도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선 현역 군인들로 구성된 합동참모본부(미국), 국방참모본부(영국), 통합막료회의(일본) 등이 국방부처를 보좌하는 별도 군사전문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문민화의 속도를 조절하며 우리 합참의 역량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병기본부(DGA)를 모델로 한 국방획득청은 비리 차단 효과에만 집중한 측면이 있어 국내 방위산업을 육성하면서 DGA를 따라가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선진국의 군 검찰 운용방안을 참고한 군 검찰 강화방안도 북한군이라는 실질적인 위협대상을 가진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밖에 국방부 문민화 계획에 따라 야전으로 복귀하는 현역의 인사 조정 문제와 그에 따른 반발 등 적지 않은 ‘시한폭탄’이 잠재돼 있어 국방개혁의 앞길은 멀고 험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의 국방개혁은 사실 세계적 추세이고 우리 군도 이를 따라야 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군의 실정과 사기 등을 생각할 때 보다 신중히 한국형 국방개혁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군 사법제도 개선안 논란 | ||
| 내용 | 청와대와 대법원이 마련 중인 개선안 방향 | 국방부 반론 |
| 군사법원 운용 | 1심은 군사법원에서, 2심부터 민간법원에서 재판(인권보호 및 군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증가) | 1심 판결 경시, 신속한 재판 곤란 |
| 군 검찰조직 | 군 검찰청을 신설해 헌병과 기무사의 수사권을 통합한 수사지휘권 부여(군 검찰의 정보력 강화 및 외압 차단 효과) | 군 검찰을 독립시키면 지휘관의 지휘권 약화 |
| 지휘관의 형량 감경 권한 | 평시에는 폐지(일반 형사범과의 형평성 고려, 군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 증가) | 군 특수성으로 인한 범죄의 구제 필요, 지휘권 약화 |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