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高大교수 노무현정부 정책 질타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30분


한국 사회과학계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 온 최장집(崔章集·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최 교수는 최근 ‘아세아연구’(2004년 가을·통권 117호)에 기고한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기반’이라는 논문에서 특히 경제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먼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다뤄져야 할 실제 문제(real issue)는 절대다수의 노동인구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삶의 조건이 매우 크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정책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공허한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한 발짝도 진전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고실업, 고용 불안정,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의 누적, 소득분배구조의 악화, 가계파산에 의한 신용불량자의 양산, 빈곤층의 확대 등 외환위기 충격의 효과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의 전면적 확대 책임은 일차적으로 민주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사회경제적 중대문제가 정치사안으로부터 배제되고 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할 때 민주주의를 통한 집단적 결정의 내용은 민주적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며 “뭐든 참여의 확대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개혁드라이브에 대해 그는 “‘역사 바로 세우기’와 ‘지역감정 극복’ ‘과거사 진상규명’ 등은 모두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가치, 지역정서의 동원이 중심이 되는 이데올로기적이고 감정적이며 상징적 이슈영역”이라며 “이런 문제는 정치를 극한적 갈등으로 치닫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책추진자들이 중앙집권화의 폐해와 분권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안 그것이 과연 주장하는 대로의 바람직한 효과를 낳게 될지, 정말 모든 지역이 자립적 발전모델을 갖게 되는 사회가 될 것인지에 대한 우리사회의 확신이 더욱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회의를 표시했다.

최 교수는 “사회경제적 이슈가 서구민주주의 사회에선 최우선 순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한국 상황은 이와 정반대로 이념대립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적 이슈나 현실적 문제와 거리가 먼 지역 개발주의적 사안들이 정책의 최우선에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분배를 중시하면서도 2만달러 소득 달성을 내걸고 있는 데 대해 “분배와 복지를 요구하는 지지 세력에 부응하는 슬로건(구호) 내지는 ‘레토릭(수사)’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 내 개혁파들의 노동과 복지 분배정의에 대한 강조는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결론적으로 “(현 정부가) 이렇다 할 경제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고 세계화의 조건하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방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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