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도 北도 美 대선 제대로 읽어야

  • 입력 2004년 10월 1일 18시 17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외국의 정치행사지만 한반도에도 중요한 관심사이다. 어제 있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의 TV 토론만 보더라도 대선 결과가 남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두 사람은 북한 핵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결론은 대선이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까지 좌우한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 지속을 다짐한 반면 케리 후보는 북-미 양자회담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6자회담이 계속돼야 중국의 대북 지렛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나 케리 후보는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중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만 2년이 된 북핵 문제의 해결 방식이 달라지니 남한은 물론 북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핵을 보는 두 후보의 태도다. 부시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게 되면 더욱 강경하게 나서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케리 후보도 방식은 다르지만 결코 양보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그는 “북한이 4∼7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단언했다. 토론 직전 방송회견에서는 대화와 외교가 실패할 경우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건, 케리 후보건 북핵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두 사람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미 대선은 북한을 유리하게 만드는 기회가 아니다. 북한은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선거 이후 미 대통령은 더 강해지게 된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바탕 삼아 강하게 나올 미 지도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한반도의 운명을 미 대통령의 손에 맡기지 않으려면 대선 이후 예상되는 미국의 전략에 맞춘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벼랑 끝 전술로 돌아간 북한을 구경꾼처럼 바라볼 형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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