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개폐 당론]準국가-反국가단체 규정싸고 ‘이론戰’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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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 당론을 확정한 뒤 대체입법과 형법 보완을 놓고 내부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국보법 폐지 방침을 비판하며 독자적인 국보법 개정안을 잠정 확정한 상태다.

▽열린우리당, “대체입법이냐, 형법 보완이냐”=국보법 폐지 당론을 확정한 열린우리당은 국보법의 대체 입법과 형법 보완 중에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새 법을 만들 경우 현행 국보법을 대폭 축소한 가칭 ‘파괴활동금지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형법을 보완한다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국보법의 핵심 정신을 형법에 살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현행 국보법 2조를 삭제하는 대신 북한을 ‘준(準)국가단체’나 형법상 적국(敵國)으로 간주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보법의 잠입 탈출(6조) 및 불고지죄(10조)는 삭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에 검사장 출신인 한나라당 장윤석(張倫碩) 의원은 “국보법이 잠입 탈출 회합 통신 행위 등을 처벌하는 것은 친북세력이 정체를 드러내는 1차적 징표이기 때문”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북한을 화해의 동반자로 보면서도 형법 등에서 적국으로 규정해 적대성이 더 강한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소속 임광규(林炚圭) 변호사는 “현행 우리의 국보법은 독일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서도 훨씬 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골격 유지하되 문제 조항 개정”=한나라당은 국보법 2조는 남겨둘 방침이다. ‘우리나라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란 헌법의 영토조항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헌법상 영토조항에 의해 북한은 반국가단체가 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수사기관의 자의적 법적용이 남발될 소지가 있는 문제조항은 대폭 수정할 방침이다. 특히 국보법 6, 7, 8조의 각 1항을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보법 2조에 대해선 당 안팎에서 반론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이 이미 유엔에 동시 가입해 실질적으로 2개의 정부로 활동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원희룡(元喜龍) 최고위원이 “국보법 2조 중 ‘정부를 참칭하거나’라는 부분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국대 임지봉(林智奉) 교수는 “1948년 제정된 이후 몇 차례 개정돼 온 국보법의 역사를 살펴보건대, 한나라당 안대로 몇 개 조항은 삭제하고 몇 개는 구성요건을 명확히 하고 몇 개는 형량을 줄이는 식으로는 국보법의 전체적인 폐악을 고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 5분 발언 공방=여야는 10일 오후 본회의에서 국보법 개폐를 둘러싸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선병렬(宣炳烈) 의원은 “한나라당이 국보법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마치 노예제도가 없어졌는데, 노비문서를 갖고 흔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한나라당은 국보법을 살짝 개정해서 유지하자는 것인데 인권 탄압과 독재 권력의 유전자를 그대로 갖고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재경(金在庚) 의원은 “북한은 평화적 통일을 위한 우리의 동반자이면서도 우리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아울러 갖고 있다”며 “언젠가 보안법이 실효를 다하겠지만 그때까지는 체제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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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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