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은 미국의 ‘2류 동맹국’인가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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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한 동맹국을 거명하면서 한국은 빠뜨렸다. 슬쩍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를 수락하는 중대한 연설을 하면서 한국을 홀대했다. 그가 거명한 외국 지도자들의 명단에도 한국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부시 대통령의 한국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앞서 공화당이 정강정책에서 밝힌 대로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에 미치지 못하는 ‘귀중한 민주적 동맹’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발언이다.

그간 한미 사이에 크고 작은 악재가 있었지만 미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을 거론하면서 한국을 ‘그 밖의 나라들’로 분류한 처사는 납득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보냈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많은 국민의 반대, 북한과 대치 중인 국내 안보 불안을 무릅쓰고 파병을 강행했다. 피를 나눈 한미동맹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무고한 민간인 김선일씨가 파병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되는 비극을 겪었지만 우리는 약속을 지켰다. 미국을 ‘그 밖의 나라’로 여겼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희생’이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묻는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파병을 했으니 이젠 외교적 립서비스 대상국도 안 된다고 판단했는가.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한국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동맹국으로서 협력해 나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안이한 반응을 보였다. “5년, 10년 지나가면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자주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양국 지도자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한미동맹이 그렇고 그런 2류 동맹으로 추락할 날은 결코 머지않다. 이미 마음이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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