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보법 폐지해야”…TV 대담 출연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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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5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항은 형법의 몇 조항을 고치면 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MBC TV ‘시사매거진 2580’의 특별대담에 출연해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주권시대, 인권존중의 시대로 간다고 하면 독재시대의 낡은 유물은 폐기하고 칼집에 넣어서 박물관에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둘러싸고 국가기관간의 의견 충돌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파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판결과 헌법소원 결정을 내린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폐지를 권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지난날 국가보안법이 국가를 위태롭게 한 사람들을 처벌한 것이 아니라,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주로 쓰여 왔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인권탄압과 비인도적인 행위가 저질러졌다”며 “이것은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역사의 일부분이자 독재시대에 있던 낡은 유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다 아니다 해석이 갈릴 수 있으나, 악법은 악법일 수 있다. 너무 법리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역사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대한민국이 드디어 문명의 국가로 간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金鍾民)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관철 방법은 열린우리당과 국회에서 의견 수렴과정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리하게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언급을 중요한 참조의견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의견을 넓게 수렴할 생각”이라며 “당내에도 개정 주장이 있는 만큼 이것도 수렴해 당론을 정해 가는 과정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은 헌재와 대법원이 국보법 존속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렇게 법을 무시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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