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진타오 메시지’ 眞心 담겼나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49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고구려사 관련 구두메시지는 중국의 대국주의적(大國主義的) 역사 왜곡에 분노하는 한국민이 받아들이기에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정부는 고구려 역사 왜곡을 계기로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 경계심리 내지 반중(反中) 정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후 주석이 직접 해결 의지를 밝혔고 격식에서도 상당한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후 주석 메시지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는 달리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주요 중국 언론은 지난번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의 5개항 합의, 이번 후 주석 메시지와 노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들 중국 언론이 중국 정부의 주요 외교정책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후 주석 메시지가 단지 ‘한국 무마용’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메시지의 내용을 보더라도 중국 정부기관들이 동북공정(東北工程)에 따라 체계적, 계획적으로 한 일에 대해 유감 표시조차 없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정도를 넘어 그동안 경위에 대한 납득할 만한 언급이 있었어야 마땅하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수사만 보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나 뚜렷한 시정 의지 표명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형식면에서도 한결같이 문서가 아니고 구두(口頭) 약속이어서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 정부는 분명하게 동북공정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다만 후 주석이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대하기만 하면 충분한 지혜를 갖고 관심사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한다. 한국사에서 고구려를 떼어가려는 욕심은 한국을 존중하는 자세도 아니고 지혜롭지도 않은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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