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진경숙씨 남편 “귀국후 아내 여권-수첩 없어졌다”

  • 입력 2004년 8월 2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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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탈북인권연대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진경숙씨(24)가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보위부에 이송됐다”며 “북한 당국은 조속히 진씨를 돌려보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진씨의 남편 문정훈씨(27)와 어머니 박신애씨(58)도 참석해 진씨의 무사 귀환을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2002년 입국한 진씨는 8일 미뤄뒀던 신혼여행차 남편과 함께 방문한 두만강 인근 중국 부동촌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보이는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문씨는 “22일 우리에게 북측 사람을 소개해줬던 허모씨가 전화를 걸어와 ‘2000달러만 주면 보위부에 있는 부인을 빼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이후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허씨와의 전화 통화 녹음을 공개한 문씨는 “8일 청진에 사는 사촌동생에게 연락을 해주겠다는 사람을 만나러 약속 장소인 국경지역 부동촌에 갔다가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며 “나는 두만강으로 뛰어들어 탈출할 수 있었지만 아내는 자루에 담겨 북한으로 끌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씨는 이어 “중국에서 혼자 귀국한 다음 날인 19일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중국에서 가져온 아내의 배낭 안에 있던 여권과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이 사라졌다”며 “다른 것은 다 있는데 여권과 전화번호 수첩만 없어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진씨의 어머니 박씨도 “내가 조선(북한)에 귀국한 것이 잘못이지 딸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내가 딸 대신 북한으로 가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국경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유인, 납치행위”라며 “북한 당국은 이러한 행위에 대해 공개사과를 해야 하고, 정부도 진씨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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